장금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연구위원

장금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연구위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기됐다. 성사됐다면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울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것이다. 또, 비핵화 약속의 국제사회 신뢰도를 높이고 정체된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도 큰 도움이 됐으리라.

여기에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 등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미국은 아무런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종전 선언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먼저 비핵화하지 않으면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후퇴했다. 심지어 북의 인권문제까지 거론하며 최룡해 등 북의 주요 인사 3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연기된 북미고위급회담이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도 병진노선 부활을 언급하며 반발하는 양상이다. 한반도 정세가 역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북한의 대내외 정책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ㆍ평화체제 구축의 강한 의지를 담았다. 또,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하며 북미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만일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와 압박을 하며 일방적 비핵화를 강요한다면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요약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강조하며 미국에는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또, 병진노선 부활이라는 강경한 표현 대신 새로운 길이라는 절제된 말로 북미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 미국의 태도가 더욱 중요해졌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태도에 여러 변화가 감지됐다.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해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했던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이 “북한 비핵화에 성과가 있으면 대북 경제 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발언이다.

또,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 정책 특별대표는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와 민간ㆍ종교단체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기념해 열리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인권 토의는 5년 만에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북미고위급회담 재개가 기대되는 때에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나 또한 북한이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아는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프로세스는 어느 일방에만 이로운 문제가 아니다. 북미 양쪽에 모두 이로우며, 냉전의 완전한 종식을 바라는 모든 인류의 바람이다. 그렇기에 문제 해결 방식은 공정해야 하고, 그 결과는 공평해야한다. 그 출발은 신뢰다. 이제 손바닥이 모아졌다. ‘짝’ 소리를 기대한다면, 부딪치는 의지와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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