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연중기획] 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 연수구 마을학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은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2018년 연수구마을학교 마을교사들이 선학중 학생들과 ‘숲교실’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연수구마을학교)

“동네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알아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반갑게 인사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 일주일에 두 번 방과후학교 마을교사로 들어가 수업하는 것이지만, 학생들을 만나며 오히려 내가 성장한다고 느끼고 있고 수업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마을교사는 학교 수업 때와 다르게 화장을 안 한 상태로 동네 슈퍼에서 마주친 학생이 ‘우와 선생님 학교에서 뵀을 때와 많이 다르시네요’라며 인사해 당황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이 다 마을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일 연수구 청학동에 위치한 ‘돌봄과 배움의 공동체 짱둥이도서관’에서 만난 ‘연수구 마을학교’의 장수진 팀장이 마을교육공동체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장 팀장은 타로 수업을 하는 마을교사다. 마을학교를 총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마을서 교육을 함께 고민·실천하려고 모여

장수진 연수구마을학교 팀장.

마을학교는 연수구에서 교육을 의제로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한 학부모ㆍ교사와 시민단체ㆍ여성단체 회원 등의 모임으로 2010년 7월 출발했다. 이듬해 5월에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가 창립했는데, 네트워크 창립 때부터 함께하고 있다.

마을학교는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 창립 전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법’ 등의 교육을 두 차례 진행했다. 교육에 참여한 학부모들과 지역 도서관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아이들과 나누는 수업을 했고, 그게 지역 장애인기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재능을 나누던 사람들이 2013년 동부교육지원청의 지원을 받아 남동구 만수동 소재 인동초등학교에서 3개월간 우리고장 알기 수업으로 ‘마을역사 북아트 만들기’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학교와 관계를 맺었다.

그 이후 특수학교인 연일학교 학생들에게 책 읽어주기, 연수구 장애인복지관 내 해내기주간보호센터 장애인을 위한 숲 교실, 송도초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추홀 옛이야기 들려주기 등을 했다.

장 팀장은 “이때까지 체계 없이 운영되던 학교 수업이 2015년에 ‘연수구 마을학교’로 부르면서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마을방과후학교

연수구마을학교 마을교사들.(사진제공 연수구마을학교)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는 학교에 수업을 들어가는 주민을 ‘마을교사’라 칭하고, 2015년에 첫 마을교사 모임을 진행했다. 마을교사 모임에선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성평등 교육, 청소년노동인권 교육, 민주시민 교육 등을 했다. 마을교사를 하며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공부해야하고 의식이 있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마을교사들은 ‘마을의 어른들이 마을의 아이들을 보살핀다’는 개념의 마을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연수구교육희망네트워크는 2016년 4월 선학중학교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마을방과후학교’를 시작하면서 프로그램을 구체화했다.

매주 수요일 마을교사들이 진행하는 목공교실, 역사공부, 캘리그라피, 천연화장품 만들기 등 마을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열 가지를 개설했고, 전교생의 3분의 1 넘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방과후학교는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을학교는 지난해부터 선학중의 자유학년제 수업도 금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다. 학기가 끝날 때쯤 참여한 학생들의 작은 발표회도 연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2학기 학교 축제를 학생들과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장 팀장은 “작은 발표회이긴 하지만, 발표하면서 학생들도 마을교사들도 모두 뿌듯해한다”며 “타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발표회에서 스스로 부스를 차리고 친구들의 타로 점을 봐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기특했다”고 말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마을학교 확산되길

2017년 진행한 마을교사 양성교육.(사진제공 연수구마을학교)

현재 마을학교에는 마을교사 15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각자의 재능을 살려 타로ㆍ캘리그라피ㆍ넵킨아트ㆍ목공ㆍ건강요리ㆍ바리스타ㆍ전통놀이ㆍ바느질ㆍ영화로 보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청학초교와 연일학교에서도 수업을 진행했다. 청학초교에선 1~2학년 전래놀이, 3~4학년 마을역사 북아트, 4~5학년 바느질 수업을 했다. 연일학교에선 초등과 고등학생들을 위한 책 읽어주기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활동 가운데 장 팀장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연수동 우성2차아파트에서 여름방학 동안 진행한 돌봄교실이다. 아파트 도서관에서 여름방학에 갈 곳 없는 초등학생 15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업을 진행했다.

장 팀장은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 ‘방학 때면 하루에도 몇 번을 전화하던 아이들이 한 통도 안 할 정도로 재미있게 보낸 것 같고, 마음이 아주 편했다’고 하더라”며 “매우 뿌듯한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마을학교 운영의 어려운 점도 들려줬다. 수업 때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항상 마을교사 두 명이 들어가는 데, 정해져있는 강사비가 너무 적다. 두 명이 수업을 하기에 이 강사비마저 절반으로 나눠야한다. 강사비 현실화가 필요하다.

끝으로 장 팀장은 “북유럽은 많은 곳에서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운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 도봉구처럼 잘 되는 곳은 마을교사가 500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인천과 연수구에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아이들이 다양한 것을 배우고 싶어 해도 수업을 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마을방과후학교를 진행하지 않는 다른 학교 부모들이 많이 부러워한다”며 “올해부터 시작하는 연수구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잘 돼서 마을방과후학교가 다른 학교들로 많이 퍼지길 바란다. 아이들이 마을에서 배우고 자라 마을에서 계속 살기를 바라는 게 마을학교의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2018년 선학중 축제에서 바느질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사진제공 연수구마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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