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길병원 로비에 정상 운영을 알리는 화면이 나오고 있다.

가천대길병원이 설립 60년 만에 첫 파업사태를 끝내고 2일부터 다시 정상 운영을 시작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이하 노조)가 지난 12월 19일 파업을 시작한 지 14일 만이다.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자기 부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파업 기간 10%대로 줄어든 병상 운영이 차츰 정상화하는 모습이고, 병원 측이 지난달 28일 소음을 이유로 로비에 설치한 가벽도 철거했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 승리 보고대회에서 협상 결과를 조합원들과 공유했고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부터 부서별 조합원 간담회를 열어 알릴 계획이다”라며 “이번 파업으로 함께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환자존중, 노동존중 병원을 만들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정상 운영 첫 날부터 파업 이전처럼 운영되진 않지만 오랫동안 운영해온 병원 시스템이 있기에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환자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조합원과 비조합원 가릴 것 없이 서로 협조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2일 오후, 파업 농성장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됐던 가벽을 철거하고 있다.

14일간 파업은 병원 설립 이후 한 번도 파업을 경험하지 못한 직원들과 경영진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어디에 말할 수 없던 직원들은 노조라는 울타리 안에 모여 서로 위로했고 힘이 됐다. 병원 측도 파업 이전보다 노조를 더 인정하는 등, 노조와 협상을 진행하며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60년 동안 없었던 큰 변화를 이뤄낸 것은 지난해 7월 20일 노조가 설립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노조는 설립과 동시에 직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30여명으로 시작한 노조는 설립 1주일 만에 조합원 1052여명이 가입하며 기존 한국노총 소속 노조(이하 기업노조)를 제치고 길병원 제1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이어서 8월부터 노사 단체교섭을 18차례에 진행했고, 인천비자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노조는 지난달 19일 오전 7시를 기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병원 본관 1층과 2층 로비 등에서 매일 조합원 1000여명이 모여 파업농성을 진행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조합원 1000여명과 함께 인천시청까지 행진한 후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노조 집행부가 파업 농성장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ㆍ길병원노조)

노조의 파업투쟁에 인천 시민사회의 연대도 이어졌다. 인천지역 35개 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인천지역연대는 파업 첫 날 기자회견부터 연대하며 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다.

노조가 이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부 부조리 등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있었던 데다 경영진의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 불법 로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탓이 크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였던 파업은 조합원들과 시민들의 지지로 1월 1일 오전 6시께 극적 타결로 마무리됐다. 노조가 요구한 핵심 사항 대부분이 적용됐다.

노조는 그동안 “인천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노동존중과 환자존중을 선행해야한다”며 “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양우 병원장은 1일 “부족한 점은 개선해나가며 자랑스러운 병원, 일하고 싶은 병원, 행복한 일터로 거듭나겠다”며 “2019년에는 한 뼘 더 성장한 길병원을 기대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노조와 김 병원장의 말 대로 길병원이 인천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지금보다 더 좋은 병원’이 되는 모습을 인천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병원 정상 운영과 함께 많은 시민들이 길병원을 찾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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