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19년, 트럼프를 위하여
[시론] 2019년, 트럼프를 위하여
  • 인천투데이
  • 승인 2018.12.3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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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래 국제관계학 박사
김국래 국제관계학 박사
김국래 국제관계학 박사

1945년 남북 분단 이래로 무력충돌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난 한 해 동안 호전된 정세는 과히 천지개벽에 비길만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정체돼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북미 관계 진전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미사일 엔진실험장을 폐쇄했고 전사 미군의 유해 송환에 이어 평양정상회담에서는 ‘핵 없는 한반도’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미국의 복잡한 내부 사정이 북미 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전에 끝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의 과반을 유지했으나 하원은 여소야대가 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그만큼 제약을 받게 됐다. 가뜩이나 러시아 스캔들과 섹스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던 트럼프로서는 더욱 고립무원의 처지로 빠져들게 됐다. 여기에, 동아시아와 함께 미국의 주요한 외교무대인 중동 정세도 녹록지 않다.

최근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군하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반발하고 있고,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에 항의해 사임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미국의 국익’이라는 미국의 오래된 외교방향을 틀어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 내 권력투쟁의 한 단편일 뿐이다. 이 권력투쟁 과정에 북미 대화와 북핵문제, 한반도 정전체제와 평화협정, 미중 무역전쟁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고차원 외교방정식의 셈법은 미국 내 정치세력마다 모두 다르다. 여기에 남북관계, 중러일 등의 주변국들과 이해관계도 더해져 한반도 문제는 더욱 난제가 됐다. 북미 관계와 함께 남북 관계도 정체돼있는 것처럼 보이는 원인이다.

트럼피즘에 기반한 현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은 동북아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예상외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미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일관된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적당히 압박하고 긴장을 조성하면서 정치ㆍ군사적 이득을 챙기고, 무기 판매로 경제적 이익도 극대화했다. 그런데 이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해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전의 민주당 정권처럼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검증됐듯이 북한을 향해 더 강력한 군사 위협을 가한다면 북한의 무기체계와 수준을 더욱 고도화시키게 될 것이고, 동시에 신냉전 구도는 더욱 가속화돼 종국에는 무력으로 북한을 제압하는 카드도 쓸 수 없게 된다.

반면에 북미 협상이 진척돼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트럼프와 미국은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우선,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외교 성과가 트럼프의 치적으로 남게 될 것이고, 북미 수교로 북한을 중립화시킨다면 중국 포위 전략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며, 중국이 독점하고 있던 자원의 보고이자 미개척 시장인 북한에 미국의 자본이 들어가게 된다.

계산 빠른 사업가 트럼프가 북미 대화를 선택한 이유는 도덕이나 인권, 평화 같은 고상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 이익을 위해서다. 다행히도 트럼프가 생각하는 이익이 우리에게도 크게 해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올 한해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험한 광야에서 생존의 길을 찾는 우리 민족의 고단한 노동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