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환자 몰려 병상 포화상태
나머지 응급의료센터 상황은 더 심각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쓰고 발언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가 적정임금 지급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19일부터 시작한 파업이 9일째 맞이했다. 길병원 파업으로 인하대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의 피로도 증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부터 길병원지부(이하 노조)는 병원과 단체교섭을 시작해 총 18차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은 ▲노동조합 활동 보장 ▲직장문화 제도개선위원회 설치 ▲비정규직 정규직화 ▲합리적 임금제도 마련 및 적정임금 보장 등이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지난 19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파업 9일째 파업 참여 인원 1000여명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 9일째인 27일 노조 요구안 수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길병원에서 인천시청까지 가두행진을 전개한 뒤, 사측에 길병원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교섭을 제안했으나 사측은 기업노조의 조정 요구를 빌미로 다음에 보자며 교섭을 거부했다.

파업이 길어지는 동안 1400병상 규모를 갖춘 길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200병상 이하로 줄어 10%대 까지 떨어졌다. 수술 건수도 하루에 1~2건에 불과하다.

인천지역 최대 규모의 병원이자 권역응급의료센터·국가지정 지역암센터 등의 기능을 수행하던 길병원의 파업으로 인천 지역의 대규모 의료공백 사태가 벌어지면서, 인하대병원과 인천성모병원, 인천사랑병원 등 나머지 종합병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다.

인하대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등의 입원 환자와 외래환자는 평소보다 약 20% 늘었다.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일반 외래환자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병원들은 환자가 늘었다고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병상 포화로 인천시민들의 건강권이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입원 치료를 하려고 해도 일반 병실은 고사하고 특실조차 없어 멀리 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환자가 갑자기 몰리면서 의사와 간호사 등의 노동강도도 세지고 있다.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가 는 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의 경우 오래전부터 ‘보호자 없는 병동’을 운영해 온 터라 그나마 간호 인력 운용에 숨통을 트일 수 있으나, 이마저도 길병원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노동강도가 세지기는 마찬가지다.

길병원 파업이 장기화 양상을 띠자 인천시는 지난 2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 응급의료기관 등 협업을 위한 응급의료정보 공유와 응급의료무선통신망 점검, 응급의료상담·병원안내 등 상담서비스 확대 등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정지환자 등 중증응급환자 이송체계 구축과 정보제공, 응급의료기관 진료가능 진료과목과 병상정보 등 실시간 업데이트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길병원 노조와 인천지역시민사회단체는 길병원 파업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길여 회장이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지역연대 관계자는 “길병원 파업이 길어지면서 인천시민의 건강권마저 위험해지고 있다.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데 누구보다 이길여 회장의 책임이 크다.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이길여 회장이 직접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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