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병원 파업사태, 이길여 이사장이 나서야
[사설] 길병원 파업사태, 이길여 이사장이 나서야
  • 인천투데이
  • 승인 2018.12.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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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이 12월 19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병원 설립 6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새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5개월 만이다. 노사가 단체교섭을 18차례 진행하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교섭은 결렬됐다.

노조의 요구는 ▲인력 충원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해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노동을 존중하는 노사관계 정립으로 노조 활동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고용 안정 ▲합리적 임금체계 마련과 적정임금 보장 ▲인사제도 전면 쇄신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요구에는 길병원 노동자들이 그동안 당해온 부당한 대우와 고통이 녹아있다.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했고, 임신도 순번을 정해야했다. 인력이 부족해 혼자서 수술환자의 소변을 계속 체크하느라 화장실 가기를 꾹꾹 참는가 하면, 짧은 점심시간에 은행 일을 보느라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길여 재단 이사장의 생일 축하와 개인주택 수리에 동원되기도 했다. 이들을 더욱 화나게 한 것은 경영진의 비리와 부정행위였다.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였고, 간호사 수를 부풀려 수가를 부당 수령했다는 의혹을 언론 보도로 접해야했다. 그래서 새 노조를 만들었고, 함께하기 위해 14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요구를 병원이 들어주지 않자, 파업을 택했다.

그러나 병원의 태도는 변함 없어 보인다. 파업을 시작한 날, 구내식당 유리문에 ‘파업에 참가하는 사람은 식사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무급 파업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치사하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관리자들은 ‘로비에서 구호를 제창하는 등의 행위는 환자 안정과 비조합원의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 개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공문을 노조에 보냈고, 파업 농성장 바로 옆에 소음측정기도 가져다 놓았다. 노조에 따르면, 부서장 등 관리자들이 휴무인 직원에게 전화해 ‘쉬는 날 파업 나가는 건 불법이니 가지마라’고 압박도 한다.

응급실 등 필수유지업무 부서 직원을 제외한 1000여명이 파업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원들이나 관리자들이나 지치고 힘들기 마련이다. 환자들의 불편도 이어진다. 시민들도 이 파업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산부인과에서 출발한 길병원이 지금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노동자들의 노동과 희생이 있다. 이를 존중할 때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야 병원도 더욱 성장한다. 이길여 이사장이 이 점을 헤아리고 전향적인 태도로 파업사태 해결에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