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정책지원전문인력, 즉 정책보좌관을 두는 데 필요한 예산 8억 4000만 원가량을 시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끼워 넣어 14일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이 예산 반영을 반대한 시민단체는 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하고, 행정안전부에도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방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제도 도입은 오래 전부터 의견이 엇갈렸다. 유급 보좌관 채용으로 의회가 집행부 감시와 비판, 정책 결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찬성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들의 수족으로 일하느라 입법이나 감시 기능에 소홀하기 쉬운 상황에서 보좌관 채용이 효용이 있겠냐는 반대 의견도 있다. 의원들이 할 일을 보좌관에게 맡겨 본연의 업무 수행을 더 소홀히 할 수 있고, 그런 의원들을 위해 세금을 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지난 7월 11일 대법원은 경기도의회가 조례 개정으로 추진하려한 유급 보좌관 채용이 지방자치법을 위반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10월 30일 정책지원전문인력제도를 운영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정책보좌관을 둘 수 있고, 그 직급과 직무, 임용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개정 법률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당연히 상위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시 조례에도 관련 내용을 담아내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의회가 서둘러 필요예산부터 세운 것은 너무 성급하다. 의회사무처가 당초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이 제도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은 없었다. 시의회 운영위원회가 의회사무처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끼워 넣었다. 먼저 시민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회에 상정돼있는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는 데 말이다.

뭐가 그리 급해 ‘셀프 증액’을 강행 처리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보좌관만 채용한다’는 비난을 들을 게 뻔해서, 시민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은 아예 필요 없다고 판단한 건 아닐까.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실시한 ‘지방분권 인식 연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지자체보다 지방의회가 덜 청렴하다고 느낀다. 공정성과 역량, 이해와 관심 등에서도 지방의회가 지자체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평가지점을 개선하는 것과 정책보좌관 채용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의원들의 공정성과 역량 등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를 먼저 시민들에게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게 기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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