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 청년유니온 위원장

선민지 인천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대통령을 끌어내린 촛불로부터 2년이 흘렀다. 그 촛불에 함께한 사람들이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무언가 바뀐 거 같은데, 무엇이 바뀌었는지 잘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촛불 이후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고,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문재인 정부는 법조계, 경제계 등에서 혁신적 인사를 영입했다.

또한 당장에라도 전쟁이 날 것 같던 남북 분위기는 평화국면에 접어들었다. 남북이 함께 열차를 탑승해 철도를 점검하고, 감시초소를 해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남북이 통일되면 경제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들썩였다.

분명 무언가 바뀐 것 같다. 그런데 왠지 모를 답답함과 좌절감이 따랐다. 그 이유가 뭘까 곱씹어보니, 내가 1년간 기고한 이 칼럼에 답이 있었던 것 같다. 바로 ‘노동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관점, 그러니까 이 정부의 노동관이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라는 것이었다.

대선 후보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가 ‘귀족강성노조’를 줄기차게 외쳐댈 때, 옆에서 문재인 후보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최근 스웨덴에 있는 한국 대사가 대사관에 스웨덴 노총을 초청해 ‘한국의 노조들은 대화를 거부하고 만날 거리에서 투쟁을 외치고 파업한다’며 한국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스웨덴 노총이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이 사안을 그저 ‘수많은 정부 인사들 중 한 명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약자로 취급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는 민주노총에 으름장을 놓는 정부가, 이 문제를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권력관계가 분명하고 대립적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끼리 대화할 때에는 힘이 센 쪽이 먼저 신뢰를 보여야한다. 힘이 센 쪽이 신뢰를 보이지 않으면 힘이 약한 쪽은 대화보다는 물리적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 가진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어떠했나. 공공부문 일자리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약속해놓고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 전환,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확대로 바꿔치기했다. 촛불정부라고 해서 바란 일말의 기대와 신뢰를 걷어 차버린 셈이다.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는 지난 2년간 뉴스에서만 존재했을 뿐, 실제로는 없었다.

정권이 바뀌고 노동문제와 관련한 이슈를 접할 때마다 공식적 글이나 자리에서는 정제된 언어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혼자 있을 때는 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며칠 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부고를 접했을 때에는 그럴 수 없었다. 죽음을 바로 옆에 둔 채, 현장에서 일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기원했다. 제발 이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기를. 기원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새해맞이를 준비하는 정부에 간절히 바란다. 내년에는 부디 죽음으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더 이상 없는, ‘노동자 생존’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헛된 소망과 기대일지 모르지만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나의 새해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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