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특혜 상장 진상규명 없이 또 다른 분식회계 양산의 길 터줘”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분식회계에 따른 거래정지 한 달도 안 돼 재개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으로 11일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주식 거래는 재개됐지만 비판은 여전하다. 참여연대와 정의당은 분식회계에 면죄부를 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거래소는 삼바에 대한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경영의 투명성과 관련해 일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기업 계속성,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상장유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바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라고 확정하고 거래를 정지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의 결정으로 삼바 주식은 분식회계 판정을 받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거래되기 시작했다.

참여연대는 “한국거래소가 삼바 분식회계의 진실과 그 배경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기도 전에 분식회계의 결과로 이뤄진 상장을 유지하겠다는 판단을 임의로 먼저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국거래소의 무모한 막가파식 결정에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삼바 분식회계는 단순히 한 회사가 실적을 부풀렸다는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다”며 “그간 공개된 삼바 내부문건을 보면 통합 삼성물산이 ‘합병 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목표 수준 6조9000억원에 맞춰 반영하는 등 삼바 분식회계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모두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의 이번 결정은 삼바 분식회계의 핵심적인 원인 규명과 범죄 혐의에 대한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전무 한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으로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한국거래소는 삼바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시 삼바의 상장 자체가 분식회계를 통한 결과물임을 인식하고, 분식회계 혐의가 온전하게 규명되고 해소됐는가를 제1의 판단 기준으로 삼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고 삼바 상장유지 결정을 내렸다”며 “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이를 방지하고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했어야 할 한국거래소가 사실상 자신의 책무를 유기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분식회계 양산할 수 있다는 것”

참여연대는 분식회계를 반영하더라도 상장요건을 충족한다는 한국거래소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최소한 분식회계 장부에 대한 수정 재공시가 이루어지고, 그 재공시 결과가 상장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이후에 결론을 내렸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며 “그런데 성급한 결론을 내림으로써,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보다 전향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기회를 원천봉쇄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한국거래소는 상장 규정을 개정해 삼바 특혜 상장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 한국거래소가 섣부른 판단으로 삼바의 범죄 혐의에 면죄부를 주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심대하게 증대시켰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에 삼바 분식회계 전반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삼바 분식회계의 핵심은 상장을 앞둔 비상장 회사의 분식회계에 대한 처리문제이다. 삼바 내부문건에는 비상장 회사 시절 삼바가 이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를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이 된다는 점을 경영진이 인지한 것으로 나온다.

참여연대는 삼바 내부문건에 이를 알고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를 흑자 회사로 탈바꿈하여 허위로 상장 기준을 충족했음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의 시장가치와 장부가치 비교.

삼바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권리 행사가 임박했다며 주식 가치를 지분 가치평가에서 실제 거래가격으로 평가해 4600억원 주식을 4조8000억원으로 평가했고, 이를 토대로 삼바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으며, 이를 토대로 상장했다. 그리고 증선위는 이 과정을 분식회계라고 결정했다.

참여연대는 “한국거래소는 분식회계에 따른 문제가 온전히 해소되었는가를 중심으로 상장유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또한 4조 5000억원 규모의 고의적 분식회계로 검찰에 고발됐다”며 “삼바가 발표한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은 허울 좋은 개살구일 뿐 향후 분식회계의 재발을 막는 안전판이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삼바 분식회계 문제에 관련해 본질적 해결 없는데도 밀어붙이기식 거래 재개로, 향후 또 다른 분식회계를 양산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고 부연했다.

이혁재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집행위원장은 “삼바의 범죄 증거를 수집해 금감원이 객관적 판단을 구했고 이를 통해 분식회계가 밝혀졌다. 그런데 상장 폐지는 안 된다니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며 “불법과 탈법을 저질러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한국거래소의 판단은, 촛불로 정부는 바뀌었지만 세상은 달라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KAI에 비교하면 삼바에 특혜”

한국거래소의 결정은 과거 결정과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지난 2012 ~ 2014년 5조원 대 회계 분식을 자행한 대우조선해양(2001년 상장)의 경우 절차적 부당성 여부 자체가 논점이 아니었음에도 주식 거래재개 결정에 1년 이상이 소요됐다.

2017년 회계부정 혐의로 6일간 거래정지 된 한국항공우주(KAI) 역시 분식회계 장부을 수정하고 재공시 한 뒤에 상장이 재개됐다.

참여연대는 “삼바는 상장 자체가 분식회계의 결과라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분식회계 장부에 대한 재무제표 수정 재공시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장의 투명성을 관리하는 책임 있는 자율규제기구로서 한국거래소 역할에 의구심을 갖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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