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단, “괜찮습니까? 버틸만합니까?”
부평공단, “괜찮습니까? 버틸만합니까?”
  • 김갑봉 기자
  • 승인 2009.03.09 0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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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자금, 정작 필요한 업체에 안가
인천시, 경영안정자금 융자 등 맞춤 지원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1421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동률조사에 따르면, 평균가동률은 지난해 3월(71.1%)이후 11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도 8.0%포인트나 급락했다.

이처럼 조업부진이 이어지며 중소제조업 5곳 중 1곳 정도만 정상가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월 중 가동률 80%이상인 정상 가동업체 비율은 전월대비 3.4%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해 1월 41.1%의 절반 수준인 22.4%로 급감했다. 평균가동률은 보유 생산설비의 월간 생산능력 대비 해당 월의 평균 생산량비율을 말한다.

이 같은 상황은 수출4공단과 아파트형공장을 포함한 부평공단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직원들을 휴가 보내 놓고 공장 문을 닫은 업체도 있으며, 부도를 내고 도망간 업체도 발생했다. 요즘 부평공단 중소기업 사장들은 서로 만나면 “괜찮습니까? 버틸만합니까?”로 인사를 대신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여전, ‘수익 반 토막’

매출은 줄고, 사내 유보금은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중소제조업을 고사시킨다. 부평공단 중소제조업의 대부분은 자동차산업과 IT산업(전기ㆍ전자ㆍ통신ㆍ반도체 등)의 2~3차 하청업체로, 국내 원청업체가 생산비절감을 이유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청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L기업은 최근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납품단가를 4% 인하할 것을 요청받았다. 납품단가 4%인하는 중소제조업체의 수익성을 반 토막 내는 것과 다름없다. 보통 제조업체의 매출 이익률이 5~7%대 임을 감안했을 때 여기서 4%를 빼면 이익률은 1~3%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부평구중소기업협의회 신철균 회장은 “보통 중소제조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10억미만과 10억~20억원 내외가 많다. 헌데 4%를 인하하면 20억 중 8000만원이 사라진다는 얘긴데 요즘 같은 때 1년에 8000만원의 순수익을 내기가 쉽냐”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통 분담하자고 하지만 결국 중소기업이 제살 깎아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공단의 IT분야 1차 벤더 업체 S사장 역시 “얼마 전 제품을 납품하러 갔더니 대기업 직원이 파트리스트(부품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하더라. 그게 뭐냐면 제품에 들어간 부품들의 원가를 계산해 자신들이 가격을 매기는 것”이라며 “그렇게 납품단가 계산해서 얼마에 판매하라고 하는데 제품에 부품원가만 들어가나? 개발비와 연구비는 싹둑 잘라버리고 계산한 데다 그 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다른 업체에 맡겨버리는 식으로 하청업체를 쥐어짠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자금 지원받아 ‘부동산투기’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심각한 문제지만 매출이 없는 업체는 이마저도 부러운 상황이다. 부평공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GM대우 등 국내 완성차제조업체의 조업 중단과 IT산업의 부진(2009년 2월 IT수출 전년 동월대비 23.9% 감소한 77억 3000만 달러) 등으로 주문이 없는 업체가 늘고 있다.

주문이 없다 보니 매출규모가 줄고, 이로 인해 전년 대비 중소제조업체의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부분의 중소제조업체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ㆍ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기술개발비와 운영자금 등을 지원받아 회사를 운영해 매출을 올려 이를 되갚는다.

경기가 좋을 경우 보증 규모도 커지고 그 만큼 기업의 유동성도 좋아진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처럼 경제 불황국면이다. 사내유보금을 넉넉히 가지고 있지 못한 중소제조업체는 지금 같은 경제상황에 매출감소로 신용등급 하락과 더불어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업체가 공장임대료를 내고 있고, 자가 공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대출금을 끼고 있으며 이밖에도 각종 운영자금 대출을 가지고 있어 자금난은 더욱 심각하다.

아파트형 공장인 부평우림라이온스밸리의 경우도 2005년 분양 당시 분양가의 70% 이상을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은행(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의 담보 대출)에서 대출해줬는데 지난해 말부터 상환이 시작됐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때문에 정부가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일선 산업현장에서 중소제조업체의 사장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7억원 규모의 대출이 있다고 하는 우림라이온스밸리 내 C사장은 “보통 3년 거치 5년 상환으로 이자는 분기별로 내고 원금은 거치 기간이 끝난 후 1년에 두 번씩 10회에 걸쳐 갚는다”며 “문제는 정부에서 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이 거치기간과 상환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자의 경우 3월에 못낸 것을 눈감아 6월에 한꺼번에 내도되고, 원금의 경우 6월 못 내면 12월에 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게 무슨 연장이냐?”며 “지원자금은 필요한 곳에 가야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은 소위 기업은행이나 기보, 신보 등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실적 쌓으려다 보니 그 돈이 결국 자금이 굳이 필요 없는 업체로 쏠리게 되는데 그 사장들이 다 뭐했냐면 그 돈 가지고 부동산 투기했다. 기업해서 돈을 번 게 아니라 부동산투기로 돈 번다”고 덧붙였다.

부평공단의 IT분야 1차 벤더 업체 S사장은 “공단을 지어 분양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라며 “중소기업 지원 자금이 상당부분 부동산에 유입됐다. 내 주변에도 그런 기업이 많다. 정작 기업할 사람들에게 산업단지를 지어 30~50년 저이자로 임대해주면 그리로 갈 기업들 많다”고 말했다. 

실질적 중소제조업체 지원책 나와야

중소제조업체 사장들의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중소제조업체 사장들은 주로 두 기관의 기술평가능력과 신용평가 능력을 문제 삼는다.

익명을 요구한 우림라이온스밸리 내 IT제조업체 사장은 “신용평가 능력이 없으니 결국 담보를 찾는 것 아니겠냐”며 “매출이 감소한 만큼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신보는 담보를 본다 치더라도 기보마저도 보증을 세우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중소제조업의 운영자금 부족은 곧 바로 기술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평구중소기업협의회 신철균 회장은 “당장 매출이 없다고 해서 기술자를 해고할 수는 없다. 기술을 요하는 업체일수록 데리고 있어야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오더가 곧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데 자금난에 빠져들면 최악의 상황(휴무나 해고 등)으로 가게 돼 기술력은 당연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천시가 관내에 등록된 모든 제조업체를 개별 방문해 자금을 지원해주거나 애로사항을 파악, 해결해 주는 ‘맞춤형 지원사업’을 추진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시가 경제통상국장을 단장으로 시와 군ㆍ구,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이 달부터 제조업체를 방문한다는데, 대상 업체는 관내 전 제조업체 8512개(2008년 12월말 기준) 중 지난 2월 현재 자금지원을 받은 업체를 제외한 6227개 업체다.

시는 총 5000억원 규모의 경영안정자금으로 업체당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4억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며, 최근 연도 결산재무재표 상 담보종류(부동산ㆍ보증서)에 관계없이 매출액의 3분의 1 금액 범위 내에서 융자한다.

또 창업한 날로부터 1년 이내인 기업이 추정 재무재표를 제출할 경우 5000만원 이내에서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융자기간이 2년일 경우 시에서 이자 3%를 보전해 주며 상환은 2년 거치 일시상환이다. 3년인 경우 이자 3%를 보전해 주고 6개월 거치 5회 분할 상환이다.

이와 관련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경제 불황시기에는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원받을만한 자격이 된다”며 “거듭 말하지만, 정부가 추경 시 중소기업지원특별자금을 편성해 이를 지방정부에 이관시켜 각 지방정부가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대책본부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