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극작가

고동희 극작가

‘어?’ 하는 사이에 또 한 해의 끝자락이다.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한파 속에서 불과 몇 달 전의 폭염이 같은 해의 일인지조차 헷갈릴 만큼 먼 기억으로 가물거린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이 크게 부푼 해였다. 반면에 음험하게 뒷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난 사법부의 적폐, 아이들을 볼모로 삼은 사립유치원 문제, 선거법 개정을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밥그릇싸움은 볼썽사나운 연말 풍경이다.
이즈음이면 으레 이런저런 송년회가 줄을 잇는다. 가까이에서 한 해를 함께 보낸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나누는 자리지만 대체로 술자리에서 잔을 부딪치며 끝내는 게 다반사다. 술자리 송년회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좀 더 건강한 모임을 가져보길 제안한다.

그 하나가 공연 관람이다. 공연장마다 연말 공연이 풍성한 가운데 인천의 이야기를 무대에 살려낸 공연들이 눈길을 끈다.

부평구문화재단의 창작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 13~15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2014년 초연 이후 5년째 공연을 이어오면서 2016년에는 국립극장에서 공연하기도 했고,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국공립 우수공연으로 선정돼 목포, 예산, 삼척, 무안 등 지역순회 공연을 하기도 했다.

부평미군부대 애스캄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발상지였던 부평의 문화자산을 무대화한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사업 선정을 이끌었다. 올해로 3년째 진행 중인 ‘부평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은 2020년까지 5년간 사업 성과에 따라 부평이 문화도시로 지정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시발이 바로 지역 문화콘텐츠인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다.

다른 한편에선 인천 대표 공연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인천문화재단의 공모에 선정된 두 작품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판소리극 ‘두 여자의 집’이 12월 8일과 9일, ‘극단 아토’의 뮤지컬 ‘조병창’이 22일 예술 공간 트라이보울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공개 강좌를 열어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공부하며 창작극을 개발해온 인천시립극단의 ‘잔다리 건너 제물포’는 8일부터 16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한다. 지난 4월에 공연한 ‘너의 후일은’에 이은 시립극단의 두 번째 창작극이다.

이들 외에도 이미 무대공연을 마친 ‘극단 십년후’의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와 ‘박달나무 정원’, 연극 ‘신포동 장미마을’ 등도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창작한 공연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인천의 문화자산들을 바탕으로 삼은 공연작품들이 다투듯이 무대에 오르는 일이 무척 반갑다. 이 공연들이 보여줄 인천의 보석들에 자못 큰 기대감을 갖는다. 보석들을 무대 위에 드러내고자 애쓴 작가, 배우, 연출가 등 여러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이 공연들이 긴 생명력을 얻어 잘 다듬어진 보석으로 오래 빛을 내는 데에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팀원들과 함께 공연장에서 보석을 만나는 근사한 송년회를 마련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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