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교수, 문학평론가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오늘날 지방자치단체 행정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 자산 중 하나는 문화다. 더구나 지속가능한 성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금, 문화산업은 한 도시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면 할수록 문화도시의 꿈은 요원해지고 만다는 점이다. 더구나 많은 지역에서 행정수반이 바뀔 때마다 문화정책은 심각한 부침을 겪는다. 누구나 문화를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문화’에 초점을 두느냐, ‘산업’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 질적 수준이나 방향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인천시 역시 이러한 딜레마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물론 인천시는 그동안 문화정책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고, 표면적으로는 그 성과도 가시적이었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은 그 규모나 프로그램에서 다른 예술회관들에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 또한 인천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아트플랫폼과 한국근대문학관이 구도심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든 것 역시 도시 재생의 중요한 성과라 자부할 만하다. 그밖에도 차이나타운이나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매력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제법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부평풍물축제나 주안미디어문화축제 역시 자랑거리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과연 인천의 문화 정체성은 이것으로 충분한가? 분명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가 이어지지만, 거기에 준할 만큼의 호응은 아쉽다. 서울이라면 상당한 반응을 얻어낼 만한 기획조차 인천에서는 조용히 막을 내리는 경우가 꽤 많다.

그래서일까? 강화를 제외하면 여행지로서 인천도 아직은 심심한 편이다.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공항과 항만을 가진 인천은 대한민국 전체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방문객들에게 인천은 입국의 관문 이상으로 충분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인천의 문화 정체성을 아우를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

이 점에서 본다면 최근 수년간 한국근대문학관이 진행한 전시와 강연들에 주목할 만하다. 근대의 관문인 개항장을 지닌, 근대문학사의 걸출한 작가와 작품을 가진 인천이라는 도시에 걸맞은 콘텐츠를 담아낸 시도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획전시 ‘한 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는 한국근대문학관이라는 정체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2011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은 물론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백석의 ‘사슴’ 초판본이 한 자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의 정체성이 물씬 드러나는 기획이다.

그럼에도 쓴 소리를 덧붙인다면, 일반 관객 배려가 부족하다. 근대문학작품의 초판본을 전시하고 그 서지학적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의 의도가, 그곳을 찾은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기엔 친절하지 않다. 문학 전공자인 나는 전시물의 가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함께 간 다른 이들에게까지 확실한 공감을 주기엔 전시물에 따른 설명이 다소 부족했다. 더구나 국제도시 인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대부분의 설명이 한국어로만 이뤄져있다.

그동안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매력적인 전시가 때때로 관람객의 눈높이를 온전히 맞추지 않아 아쉬울 때도 적지 않았다. 문화콘텐츠를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힘은 그것을 둘러싼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되는가에 달려 있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조금 더 친절한 스토리텔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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