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행사장에 의전간소화로 오히려 주최측 불편
운영지침, 시장의전 아닌 주최측 의전만 대폭 감소

지난달 10일 열린 '제23회 인천광역시장기 에어로빅스 체조 대회'에서 의전간소화를 이유로 인천시 직원이 행사장 구성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심사위원들이 관객들 사이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진제공ㆍ인천시 체조협회 생활체조분과)

박남춘 인천시장의 ‘의전 간소화’가 오히려 말썽을 키우고 있다.

‘의전 간소화’ 때문에 미리 준비된 행사를 조정하는 등 행사 계획에 영향을 끼치고, 간소화지침 내용에는 시장 의전 보다 다른 단체의 의전을 줄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지난달 10일 부평구 다목적체육관에서 인천시 체조협회 생활체조분과 주최로 진행된 ‘제23회 인천 광역시장기 에어로빅스 체조 대회’에서 발생했다.

주최측 관계자들은 행사 전날 미리 행사 진행에 필요한 의자와 통제선 등을 설치했다. 대회 당일 오후 1시에 박 시장과 내빈이 참석해 개회식을 진행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일 행사가 시작되기 10분 전, 시 직원이 좌석을 뒤로 빼는 등 갑자기 행사장 배치를 바꿨다.

주최측 관계자는 “행사장 배치 조정에 항의하자 시 직원이 ‘시장님이 무대 위에서 하는 행사는 권위적으로 느끼시고, 시민과 가까이 하는 것을 원하시기 때문에 배치를 조정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일방 운영에 항의했지만 행사 시작 시간이 임박해 다시 조정하지 못하고 행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주최측 관계자는 “시 직원의 조정으로 행사는 엉망이 됐다”며 “심판석과 관중석의 경계가 없어서 심판들이 관객들에 둘러싸여 심사를 진행했고, 1년을 열심히 준비한 경연팀의 바로 앞까지 관중이 접근해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1996년부터 수많은 대회를 진행했지만 이번 처럼 대회를 망친적은 처음이다. 시장이 시민과 가까이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여서 더 놀랍다”고 말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 내용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식으로 민원을 접수했다.

운영지침 살펴보니 시장의전은 그대로…주최 측 의전만 줄여라?

2018년 인천시장기(배)대회 운영지침

주최 측 관계자는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근거가 ‘2018년도 인천광역시장기 대회 운영 지침’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지침에 나온 ▲표창장 수여시 인천시장 표창은 개회식에서 실시하고, 타 기관 및 자체 표창장 수여는 폐회식에 실시 ▲내빈 소개시 행사 주관 단체 임원은 되도록 소개하지 않으며, 부득이 소개시에는 일괄 소개 등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이 부분은 작년까지는 없었으나 올해 새롭게 개정된 것들이다.

주최측 관계자는 “시장 표창만 개회식에 하는 것은 타 기관을 무시한 처사고, 행사주관단체 임원을 소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종목 활성화를 위해 애쓴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침의 내용을 살펴보면 시장 소개나 좌석 배치, 표창장 전달 등 시장의 의전에 대한 내용은 별다른 축소가 없지만 행사 주관단체 소개 등은 대폭 삭제 됐다. 박 시장의 ‘의전간소화’가 시장 의전간소화가 아닌 주최 측 의전간소화로 뒤바뀐 셈이다.

이런 비판에 시 관계자는 “행사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행사 지침은 종합 가이드라인이지 대회 특성을 무시하는 일방적 지침은 아니다. 지침에 대해 불합리한 점이 없도록 협의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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