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18년이라는 짧지 않은 교직생활 동안 교실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을 꼽으라면, 첫 번째는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만날 때고, 두 번째는 여성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학생을 발견할 때다.

교사생활 초창기만 해도 분노조절장애라는 표현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학생들이 교사나 친구들에게 분노를 폭발한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이었다. 최근 몇 년간은 매해 분노 조절을 힘들어해 손등을 잡아 뜯거나 발로 차고, 심지어는 의자를 집어던지는 학생을 만난 적도 있다.

이런 현상이 점차 증가하는 것은 학생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노동환경 악화, 젠더 불평등 심화, 가정의 돌봄 기능 약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성 혐오 표현이 늘어나는 것도 개개인의 인성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 문화적 맥락을 살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사회 불평등 구조가 점점 고착화돼 취업은 물론 결혼, 심지어 연애도 사치가 되는 세상에서 억눌린 분노는 나보다 약자에게 함부로 하는 갑질과 혐오로 표출된다.

최근 스쿨미투로 일부 교사가 형사 입건되면서 인천 교육계가 술렁였다. 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벌인 성희롱, 성추행, 성차별과 인권침해 발언 등이 대부분이었지만 눈에 뜨이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상대로 외모 평가, 음담패설 등 성차별, 혐오 표현을 한 것이 공론화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예전부터 있던 짓궂은 남학생들의 장난에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일부 중학교의 스쿨미투 내용 중 남학생들의 2차 가해 내용을 보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혐오 표현들에 대해 학교 측이 안일하게 대응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스쿨미투 학교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전문교육기관에 위탁해 성인지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교육청의 계획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또한 내년 3월에 있을 교육청 조직개편안에 ‘성인식 개선팀’ 신설을 포함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성인식 개선팀에서는 스쿨미투의 사안별 대응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실 있는 성인지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교육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동인권 교육처럼 성인지 교육 전문 강사 양성과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다만, 아직 주요 업무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주어질지 시민사회단체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교육청의 문제 대응력으로 보아서는 자체 힘만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갈지 의문이다. 그동안 스쿨미투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응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 교육청은 이런 자문기구 신설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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