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사무총장이 문제면 사무총장 책임이지 청년들이 무슨 잘못인가”

정의당 이정미(가운데) 국회의원은 29일 자신의 송도사무실에서 세계선거기관협의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국 정부가 주도한 준 국제기구 사무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17명이 실직위기에 놓였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세계선거기관협의회 내년 예산을 1/4 수준으로 삭감해 버린 것이다.

송도국제도시에 소재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은 한국 정부가 주도해 105개국이 참여한 준 국제기구 사무처다. 올해 예산은 81억원 규모였으나, 내년 예산은 21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정부안으로 54억원을 승인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국회 안행위와 중앙선관위가 33억원으로 삭감해버렸다. 삭감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올해 12월 말로 비정규직 17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인천에서 진행한 국제사업도 취소된다.

이에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당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29일 송도에서 실직위기에 처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이하 협의회) 비정규직 노동자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와 선관위가 협의회 예산을 삭감한 배경은 올해 1월 협의회를 감사한 결과 협의회 김용희 사무총장이 선거개표기 수출을 부정알선하고, 보조금(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선관위가 의뢰했다.

그러나 협의회 측은 무리한 표적 감사였고 혐의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개표기의 경우 콩고민주공화국과 이라크가 국제 입찰을 실시해 계약했고 보조금 사용의 경우 협의회에 파견된 선관위 공무원이 선관위에 보고하고 승인받은 뒤 집행한 것인데, 실체도 없는 혐의를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용희 사무총장을 부정 알선과 배임 혐의(보조금법 위반해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로 기소하면 협의회는 입지가 좁아지고, 반대로 무혐의 처분되면 선관위는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감사를 실시했다는 비판과 무고죄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아울러 협의회는 검찰이 혐의를 인정해 기소를 한 것도 아니고, 설령 기소를 하더라도 재판까지 진행해야 하는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며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의원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김용희 사무총장한테 잘못이 있다고 해도 이를 빌미로 협의회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국제사회의 신인도를 고려했을 때 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협의회 비정규직은 17명은 인건비가 따로 없어 협의회가 진행하는 국제연수 등의 사업비에 반영돼 있다. 선관위는 협의회가 선관위 동의 없이 인력을 채용했다는 입장이고, 협의회는 선관위에 보고하고 승인받고 추진한 사업들인데 무책임 하다는 입장이다.

올해의 경우 중남미, 러시아권, 아프리카, 아시아 등 총 33개국에서 선관위 엔지니어와 선거관계자들이 협의회가 인천에서 진행하는 연수에 참여했고, 2019년에는 개발도상국 중 45개국의 선거기구 담당자들이 이미 초청 연수 대상으로 계획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선거 정봉통신기술(ICT) 특화연수 사업 20억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이를 담당하는 청년 비정규직들이 모두 실직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또 이미 계획돼 예정된 연수 사업 폐지로 국가 신인도 하락도 예상된다.

이정미 의원은 “만약 A-WEB 사무총장이 문제라면 사무총장이 책임지면 된다. 청년들이 무슨 잘못인가.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A-WEB에서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일해온 청년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올바른 해결 방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또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대한민국을 알려내는 국가대표라는 심정으로 일했을 청년 비정규직들을 국회가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국가 신인도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회에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