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청 ‘학교폭력 근절 유공자 표창 대상자’ 추천 알려지자 부모 ‘이의 제기’

중학생 자살까지 몰고온 ‘댓글 폭력’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교폭력 담당 교사가 인천시교육청의 학교폭력 근절 유공자 표창 대상자로 추천이 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23일 ‘2018 학교폭력 근절 유공자 표창 심의 대상자 사전공개 검증’ 자료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했다. 이 자료는 오는 30일까지 공개되며 심의 대상자에 대한 의견을 시교육청 담당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문제는 지난 9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학교 학생들의 ‘댓글 폭력’으로 자살한 인천 A중학교의 B양에게 댓글 폭력을 가한 학생 여러명이 다니는 C학교의 학교폭력 담당 교사가 이 명단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사건이 나자 B양 부모는 자신의 딸에게 모욕적인 댓글을 달거나 B양의 실명을 공개한 4명의 학생이 다니는 C학교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학폭위가 열렸으나, 부모의 추가 자료 접수는 거부됐고 결국 가해 학생들은 사회봉사 처분을 받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때문에 부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고, 시교육청에 학폭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학폭위 결과에 불복해 재심도 청구했다.

시교육청은 민원 조사를 벌여 C학교의 학폭위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학교로부터 가해 학생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사이버폭력예방교육을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학폭위 과정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 그런데 C학교의 학교폭력과 학폭위를 담당하는 교사가 학교폭력 근절 유공자 표창 대상자로 추천된 것이다.

B양 부모는 “학폭위 진행과정과 처리 결과는 정말 화가 날 정도로 실망이어서 민원을 냈고 재심도 청구했다”며 “아직 딸의 학폭위가 끝나지 않았고 학폭위 불만으로 민원까지 접수된 상황에서 무슨 자격으로 학교폭력 근절 유공자로 표창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업무 처리를 잘못한 교사는 벌을 주는 게 마땅한 거 아닌가”라며 “곧 처리될 학폭위 재심 결과를 보고 더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양 부모는 29일 오후 시교육청 담당자에게 ‘해당 교사를 표창 심의 대상자에서 제외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C학교 관계자는 “표창 심의 대상자로 추천한 것은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이고, 학폭위가 많아야 1년에 1번 열릴 정도로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이기에 해당 교사의 노력이 컸다고 생각해 추천했다”며 “부모가 의견을 제출했다고 하니 시교육청이 판단해서 표창 추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학교알리미를 통해 확인한 결과 C학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8차례 학폭위 심의를 해서 15명의 가해 학생에게 25건의 선도·교육 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이번 일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지 글을 올린 담당 장학사는 현재 핀란드와 노르웨이에서 해외연수 중이다. 이 장학사는 B양 부모의 민원으로 C학교를 방문 조사하고 답변을 한 장학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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