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행동 카라(KARA) 대표로 꾸준히 동물권 옹호 활동 벌여

임순례 영화감독이 11월 26일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가 주최한 제63회 인천마당에 강사로 출연해 인간과 동물의 공존, 동물권 존중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인기를 모은 임 감독은 인천영상위원회 위원장이자 사단법인 동물행동권 카라(KARA, korea animal right advocate)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임 감독의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임순례 감독

농장 동물의 동물권

2014년 기준 한국인의 소고기 소비량은 약 100만 마리로 1인당 11.6kg를 소비했다. 돼지는 약 1500만 마리로 1인당 24.3kg, 닭은 약 8억 8532만 마리로 1인당 15.4kg를 소비했다.

45년 사이 10배 가까이 증가했고, 세계적으로는 50년 간 평균 4배 증가했다.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육류 소비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육류 소비는 지구환경에 치명적이고, 제3세계의 식량 위기를 조장한다. 또,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고, 동물복지 차원에서 비윤리적이다.

환경적으로도 소나 양 등의 초식동물이 트림과 방귀로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중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메탄가스 비중이 13.5%인데 비해 가축이 배출하는 비중은 18%를 차지한다.

또, 소고기 1kg를 생산하기 위해선 곡물 15kg과 물 1만 5000리터가 필요하다. 돼지고기 1kg 생산에 물 6000리터, 닭고기 1kg에 4300리터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하루 물 사용량 330리터에 견주면 엄청나게 많은 물을 소비하는 셈이다.

가축 사육을 위한 농경지 확보에 대규모 삼림이 파괴된다. 농약 살포와 유전자 변형(GMO) 식물의 광범위한 재배, 수자원 고갈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전 세계 농경지의 75%, 전 세계 담수의 70%가 사료용 곡물을 재배하는 데 쓰인다.

1인분의 고기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22인분의 곡물이 필요하고, 이 같은 구조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기아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가둬 놓고 사육하는 밀집식 ‘배터리 케이지’는 육류를 더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농장동물에 다량의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제를 투여하고 있고, 이는 인간의 소비로 이어져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성장호르몬제가 투여된 육류 소비에 따른 성조숙증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농장동물에 투여한 항생제는 내성을 불러와 사람의 질병 치료를 어렵게 한다. 동물이 도살될 때 분비되는 공포와 분노의 아드레날린 역시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배터리 케이지’ 농장의 돼지는 스트레스를 받아 상대 꼬리를 잘라 먹고, 닭은 상대 부리를 조아댄다. 그래서 아예 꼬리를 자르거나 부리를 자른다. ‘배터리 케이지’ 양계장에서 수평아리는 필요가 없어 부화한 지 한 시간이 안 돼 기계에 갈리고, 그게 또 사료로 쓰인다.

이 같은 심각성 때문에 유럽연합은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동물복지로 키운 닭과 계란이 늘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과도한 육식이 문제다. 된장국, 나물, 두부 등 육류가 드물었던 과거 소박한 한국인의 밥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육식 양을 최대한 줄이고, 먹더라도 친환경 축산, 유기 축산, 동물복지형으로 생산된 축산물 위주로 선택하자.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선 소비하는 육류의 종류를 줄이는 것도 좋다.

밀폐되고 밀집된 공간에서 사육하는 ‘배터리 케이지’.

모피ㆍ쇼 동물의 동물권

연간 10억 마리의 동물들이 모피와 가죽제품 등의 생산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 코트 한 벌에 여우 20여 마리와 밍크나 친칠라 100~150여 마리가 희생된다. 1000만 마리가 야생에서 밀렵되고, 8km를 움직이는 밍크는 30~46cm 우리에 갇혀 있다.

모피 동물의 사육과 도살 방식은 잔혹해 유럽연합은 규정으로 포름알데히드 사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스위스는 사육을 아예 금지했고, 영국은 여우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거위 한 마리에서 나오는 털의 무게는 약 140g으로 다운재킷 한 벌에 거위 20여 마리의 털이 필요하다. 거위나 오리는 생후 10주부터 6주 간격으로 털이 뽑힌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거위나 오리가 육류로 소비되고, 이들의 항문샘에서 뽑은 기름을 방수재로 사용하고 있다.

동물들은 샴푸와 화장품 등의 실험에도 이용된다. 한국은 지난해 이를 폐지했는데, 동물권 인식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실험할 필요가 없어서 폐지했다.

마스카라의 경우 토끼 눈에 실험했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은 세포조직이 달라 의미가 없다. 실험을 거쳐 사람에게 적용되는 확률은 20% 미만이다. 동물을 생명체로 인식하지 않으니 불필요한 실험을 너무 많이 했다.

한국에서 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은 연간 150여 만 마리에 달한다. 유럽연합은 2013년 3월부터 동물 실험을 한 화장품과 성분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제 화장품에도 동물복지 개념이 적용돼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이 나왔다. ‘리핑 버니(leaping bunny)’라고 해서 ‘뛰는 토끼’ 마크를 새긴 제품 사용을 권장한다. 카라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지능이 높고 감수성이 풍부한 동물들이 서커스에 이용된다. 아르헨티나와 인도 등은 동물을 ‘A non human person’ 즉, ‘인간은 아니지만 인격체’로 보고 있다. 인도는 2013년 돌고래가 ‘non human’이지만 ‘person’과 다름없다는 선언을 하고, 해양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금지했다.

임순례 영화감독은 동물권 행동 '카라' 대표를 맡고 있다.

생명존중, 왜 필요한가

동물도 고유의 생명체로서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인간이 종 우월적 시선에서 탈피해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음을 자각할 수 있어야한다. 인간과 동물이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될 때 인간의 삶도 더 풍요로워질 수 있고, 우리는 아름다운 지구와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동물권을 존중하면 사람한테 좋은 영향이 생긴다. 면역력, 특히 알레르기 저항력이 증진된다. 스위스에서 아동 2500명을 조사했는데, 반려동물과 지내는 3~12세 아이가 천식에 걸릴 확률이 3.3%로 다른 아이들의 8.5%보다 낮게 나왔다.

반려동물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낮추고 면역력 강화 인자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우울증이나 주의력 결핍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반려동물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옥시토신(Ocytocine)이 분비된다.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고, 다윈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가장 숭고한 본능이다’라고 했다. 14대 달라이라마는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고 싶듯이 모든 동물 또한 그러하다’고 했다.

1959년 티벳이 중국에서 인도 북부로 망명할 때 기후조건이 변해 사람들의 건강과 영양상태가 악화됐다. 사람들이 달라이라마에게 양계와 양돈을 제안했다. 그러나 달라이라마는 ‘동물이 갇히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며 고기가 정말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고, 결국 양계와 양돈을 접었다.

한국도 예전보다 동물권 인식이 나아졌다. 시민들도 이젠 동물 학대에 분노한다. 카라 회원도 늘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 인식 차가 확연하다. 그 전에 태어난 이들에게 동물은 마당에서 지내는 존재지만, 젊은 친구들에게 동물은 집에서, 방에서 같이 지내는 반려 존재다. 동물권 운동이 힘에 부치긴 하지만, 미래세대한테서 희망을 보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

유기견도 상처받은 사람처럼 기다려주면 돼

유기견은 사람한테 버림받아 상처받은 존재다. 사람도 그러하듯이 상처받은 사람처럼 기다려주면 된다. 사람도 큰 아픔을 겪고 나면 성숙해지듯이, 유기동물도 기다려주고 예뻐하면 사람과 더 잘 지낸다.

펫샵(반려동물 가게)에서 산 애들보다 유기견이 더 건강하다. 유기견 대부분이 이른바 잡종으로 불리는 ‘믹스견’인데, 이들도 모두 검진 받았다.

펫샵의 개들은 보통 생후 4~5주 만에 나온 애들이다. 개는 보통 생후 8주 동안 모유를 먹어야한다. 그런데 그만큼 못 먹으니 면역력에 문제가 생긴다. 또, 젖을 먹이는 동안 어미가 그들 세계의 사회성을 길러주는데, 이 또한 부족하게 된다.

외로워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차라리 안 키우는 게 낫다. 개는 사람 또는 개와 같이 있어야하는데, 사람이 아침에 나갔다가 늦게 돌아오면 혼자 있게 돼 오히려 안 좋다. 혼자 있게 놔두는 것도 학대에 해당한다.

고양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혼자 잘 논다. 두 마리를 같이 두면 더 잘 논다. 그래도 가급적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안 키우는 게 좋지만, 정말 외롭다면 키우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동물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남는다. 대체 동물권은 어디까지냐. 먹으면 안 되고, 그러려면 농장의 동물을 다 풀어야한다. 최근 인권감수성이 높아지면서 동물권 인식도 성숙했다. 가급적 육류 소비를 줄이고, 종류를 줄이는 것부터, 동물복지형 육류를 소비하는 것부터, 한국인의 소박한 옛 밥상으로 돌아가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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