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부정 알선과 보조금법 위반 의혹···공은 검찰로

세계선거기관협의회 등 국제기구 16개가 입주해 있는 송도국제도시 G타워 전경.

선관위의 ‘예산 전액 삭감’ 위협은 사실로 드러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내년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선관위와 세계선거기관협의회 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이 갈등이 선관위 자리싸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협의회가 콩고민주공화국과 이라크에 선거 장비 수출을 알선해 부정선거 논란을 야기하고, 예산 사용에 있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배임 혐의)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이를 토대로 국회가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반면 협의회는 선거 장비 수출은 협의회와 무관한 일이며 보조금 사용의 경우 선관위의 승인을 받고 집행했다며, 오히려 선관위가 협의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보조금 위반 경우 혐의가 확정된 것도, 검찰이 기소한 것도 아닌데 이를 빌미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현재 갈등이 올해 12월 임기종료 예정인 중앙선관위 상임위원(1명) 인선을 앞두고, 자리싸움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출신의 현 협의회 사무총장이 상임위원 후보 물망에 오르자 선관위가 협의회를 옥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선관위가 올해 1월 대대적인 감사를 하고, 3월엔 협의회 사무총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선관위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한 직장협의회 격의 행복일터가꾸기위원회가 사무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사임하지 않을 경우 내년 예산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게 모두 이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특히 이 과정에서 A-WEB 사무처 직원협의회가 반발하자 선관위 관계부서 관계자가 ‘남은 21억원조차 전액 삭감하겠다’라는 폭력적인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협박한 사실이 없다. A-WEB 예산편성 과정에서 직원협의회의 무리한 행동과 요구가 국회에서 예산삭감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는데, 이를 왜곡해 주장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협의회가 공개한 ‘선관위가 협의회에 파견된 선관위 공무원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선관위는 A-WEB의 반발에 대해 “예산은 전액 삭감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라고 돼있어, 선관위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측이 공개한 선관위의 예산 삭감 위협 문자.

쟁점은 부정 알선과 보조금법 위반 검찰 수사 결과

선관위가 상임위원 자리를 위해 조직을 동원한다는 주장에 대해 선관위는 “지난 10월 선관위 국정감사 때 전직 사무총장 두 명에 대한 증인 신문 결과, 작금의 A-WEB 사태는 선관위 상임위원 지명을 두고 전·현직 사무총장 간 자리다툼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8년 선관위의 ODA(정부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예산 중 A-WEB에 승인된 인건비는 8명이다. 이를 초과해 협의회가 계약직을 채용·운영한 행위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지난 1월 감사결과 부정행위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A-WEB의 모든 운영과 사업추진은 선관위가 파견한 공무원(사무국장, 각 부장, 일부 팀장)이 선관위에 세부사항까지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 이뤄졌다”며 “감사결과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면 파견 공무원에 대한 징계심의가 이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선관위가 승인해 놓고 A-WEB이 잘못했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반박했다.

협의회 사무총장의 부정 알선 혐의는 국내 기업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개표기 이라크 수출과 콩고민주공화국 수출을 알선했다는 의혹이다. 국내 기업이 수출한 기기가 해당 국가에서 부정선거 논란을 야기해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의회 관계자는 “이라크의 경우 이라크가 국제입찰을 실시했고, 거기에 국내 업체가 참여해 선정됐다. 협의회는 관여한 바가 없다. 콩고의 경우 한국업체를 소개해 달라고 해서 알려준 게 전부다. 그리고 국내 업체는 미루시스템즈가 유일하다. 그 뒤 콩고는 국제입찰로 미국과 벨기에 등의 업체를 비교한 뒤 한국 업체와 수의계약 했다”고 알선 의혹을 반박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선관위가 감사를 통해 수출 부정 알선과 보조금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검찰 기소로 부정 알선과 배임 혐의(보조금법 위반해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가 입증되면 협의회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반대로 무혐의 처분되면 선관위는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감사를 실시했다는 비판과 무고죄를 면하기 어려울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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