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올해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난민’이다. 지난 5월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후 6월 한 달간 ‘난민’을 주제로 한 기사가 5000여건 생성됐으니, 관심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이미 오랫동안 난민이 있었다. 2013년에 제정된 난민법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법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난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고민한 활동가들의 문제의식, 이에 동의한 일부 정치인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올해 제주도에서 특정한 상황에 놓인 난민들이 ‘집단’으로 주목받으면서 갑작스럽게 ‘난민’은 한국 사회의 논란거리가 됐다. 여기다 난민 반대 목소리를 낸 단체들은 이주민 전반으로 그 주제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난민 이슈에서 집중된 용어는 ‘가짜 난민’이었다. 어느 집단에서는 ‘불법 난민’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허위 난민신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했어도 ‘난민인데 가짜다’라는 의미의 ‘가짜 난민’이라는 용어는 매우 생소했다. 난민 존재의 진위성에 대한 물음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가짜 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사는 52건 정도 검색되는 수준이었다. 주로 해외의 이슈를 다루거나 난민법 시행 이후 ‘가짜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다. 그런데 제주 예멘 난민 이슈가 번진 올해, 10월까지 검색된 기사가 1024건에 달할 정도로 ‘가짜 난민’이라는 용어는 확산됐다.

이는 ‘집단적’으로 등장한 난민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한국 사회의 패닉을 보여준다. 멀리 있다고 생각했을 때는 ‘불쌍하다’ 정도로만 생각하면 됐는데, 가까이에 집단으로 등장했다고 생각하니 판단 근거가 필요했다.

이러한 패닉은 대중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언론들도 자신들이 다루는 사진 속에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제주 예멘 난민 이슈화 초반에 난민 사진은 집단화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마치 “정말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심지어 제주 예멘 난민들의 개인 간 다툼에 관한 기사에도 집단화된 사진이 등장했다. 사람들이 그 현장에 집단으로 모여 있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번 생산된 집단사진은 다른 맥락의 기사에도 계속해 자료사진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사진들은 예멘 남성들이 왜 한국에 왔는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설명하는 사진이 아니라, ‘예멘 남성 집단이 한국에 있음’을 확인시키며 불안을 증폭하는 기능을 했다.

난민들은 본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난민신청을 한, 극히 예민한 상항에 놓여있다. 기사들이 대부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유포되는 상황에서, 징병 문제가 걸려있는 난민들의 얼굴, 개인정보, 신상을 매우 신중해야 여기고 접근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재난’에 근거해서 보지 않았던 건 매우 유감이다. 많은 언론에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하는, 재난 상황에 있는 이웃이 아니라 탐구대상이었던 것은 아닐까.

인천의 이주 배경 청소년이 폭력과정에서 사망한 소식이 전해진 후 한 기자가 내게 연락했다. 그는 이른바 ‘다문화’ 아동이 학교 안에서 겪는 차별을 취재할 것을 요구받았다는 했다. 마치 이주 배경 청소년이 한국사회에 처음 등장한 거처럼 호들갑이다. 이런 식의 호기심과 부각은 또 다른 낙인을 초래한다. 소수자들이 정치ㆍ경제ㆍ구조적 불평등에 놓여있다는 것,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사회가 공감하게 하는 보도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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