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의 부품 바꿔치기로 잦은 고장···세금만 축내
철거비용 2800만원도 경제청 비용으로 충당

송도 1교에 설치됐던 전광판 탑(왼쪽)과 철거 후 모습(오른쪽) (사진출처ㆍ고남석 연수구청장 페이스북)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6억원을 들여 설치했다가 부실시공으로 제 구실을 못하던 '애물단지' 송도1교 전광판 탑(ING Tower)을 얼마전 슬그머니 철거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에 송도 1교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 탑은 폭 2.7m, 높이 17m 규모로 세 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 전광판 탑은 준공 이후 잦은 고장으로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다가 2년 후인 2010년 12월에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고장의 원인은 시공업체가 부품을 바꿔치기 해서다.

업체는 설계서류에 나와 있는 일본산 LED소자 대신 가격이 저렴한 국산 LED소자를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세금 1억 3800만원이 날아갔다.

관련공무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아 시 감사실의 조사를 받고 징계에 처해지기도 했으나 업체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전광판 탑은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도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지난해 8월 시설점검에서 ‘위험시설’로 판정받아 지난 11일 철거가 마무리됐다. 철거에 사용한 비용 2800만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부담했다.

1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들고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다가 철거까지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면서, 원인을 제공하고 잘못을 저지른 업체에는 아직까지 철거비용 구상권 청구나 입찰제한 등 아무런 잘못도 묻지 않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업체가 하자보수를 했기 때문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구상권 청구나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이런 문제를 일으킨 시공업체들은 공공사업 입찰 참여 제한 등 제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설치 직후부터 문제가 생겼음에도 10년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것은 특혜나 마찬가지다.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구상권 청구 등 해당 업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도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6억원이 들어가고 10년간 제 기능 한번 못하고 3000만원 들여 슬그머니 철거해버린 조형물”이라며 "이래선 안 된다“고 쓴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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