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1층 F&B코너 40개 매장 중 단 한곳도 없어
인천시, "지역배려는 상생 의무···꼼꼼히 살필 것”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전경.

인천터미널 신세계백화점이 내년부터 롯데백화점으로 바뀌면서 롯데가 인천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롯데쇼핑이 인천터미널 부지를 매입함에 따라 현재 신세계백화점은 내년부터 롯데백화점으로 바뀐다. 롯데는 인천터미널과 구월농산물시장 일대를 일본의 록본기와 같은 복합쇼핑몰 타운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롯데는 우선 내년 1월부터 신세계백화점을 인수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랜드 오픈’ 시점은 내년 5월쯤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입주업체를 그대로 승계하는 대신 지하 1층의 F&B 코너의(음식과 음료 판매) 입주업체는 전면 교체하고 내년 1월 ~ 4월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개장할 계획이다.

롯데는 이 같은 구상 아래 최근 엠디(MD, merchandising 시장조사를 통해 수요에 적합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적정한 시기와 장소에 공급하는 상품화계획)를 맞추고 F&B 입주업체를 거의 마무리했다. 그런데 인천 업체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인천 무시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어느정도 지역상생을 실현하는 신세계와 더욱 비교되는 부분이다. 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경우 40여개 매장 중에서 비록 소규모 형태이긴 하지만 챕터원과 인천제과협동조합을 포함해 인천지역 업체 12개를 입주시켰다. 또 타지역 브랜드 중에선 고래사어묵(부산), 웰빙부산어묵(부산), 앙카라바바케밥(부산), 루시카토(경기 파주) 등도 입점했다.

신세계의 지역 배려는 대구와 부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신세계 대구점의 경우 지역 업체를 배려하는 것을 넘어 가장 좋은 자리에 자신들의 계열사나 다름없는 스타벅스 대신 대구 토종 커피숍 브랜드인 류(RYU) 커피 로스터가 입주하게 했고, 부산 센텀점의 경우 부산브랜드인 모모스커피에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했다.

신세계는 부산과 대구에서 각각 자기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한 현지 법인 F&B 업체의 입주를 유도하고 좋은 자리를 배려함으로써, 이들과 협력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상생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재 구월동 롯데백화점에서는 인천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렵다. F&B 코너에는 약 20개매장이 있는데 대부분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대부분이다. 지역 업체의 경우 우미가(경기 포천), 이찌방(경기 안양), 옵스베이커리(부산) 등이 전부이다.

롯데는 인천점을 운영하면서 인천 업체를 배려하진 않았지만, 부산 업체를 백화점 출입구 1층의 가장 좋은 지점에 입주시켰다. 이는 롯데가 인천을 어떻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면이다. <인천투데이>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롯데에 반론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시, “현지 법인화가 최선… 지역업체 배려는 상생 의무”

인천시는 롯데의 이 같은 태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인천의 중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인허가 과정에서 지역 배려 여부와 유통산업발전법 규제사항 준수 여부를 꼼꼼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면 ‘빨대 효과’로 지역의 부가 서울로 유출된다. 근본적으로는 인천의 쇼핑몰은 인천의 법인이 되는 게 맞다. 그래야 세금도 인천에 내고 지역의 부가 다시 지역에서 순환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갑을관계 개선과 상생이 이 시대의 화두인데 롯데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사회공헌을 규정한 ISO26000은 영리든 비영리는 목적사업 수행을 위해선 해당 지역의 유무형 자산을 활용하니 사회공헌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리모델링과 백화점 사업자 변경 인허가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신세계에서 롯데로 바뀌는 게 백화점 사업자의 변경으로 볼 수 있지만, 롯데 입장에선 신규사업 확장이기도 한 만큼, 시는 신규사업으로 보고 유통산업발전법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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