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다치바나 다카시|바다출판사|2018.8.14.

이즈음 강의하는 곳마다 반드시 추천하는 책이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자서전 쓰기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을 추천한 강의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짐작할 터다. 글쓰기 강의 요청을 받으면, 상당 부분을 글쓰기의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채운다. 워낙 글쓰기를 배우지 않은지라, 쓰자고 하면 겁부터 낸다. 그래서 지금 당장 쓸 수 있고, 써낼 방법이 있다며 격려한다. 수업시간에 직접 써보고 발표도 해보고 하면서 어느 정도 요령을 익혔다 하면, 키워드 세 가지로 자신의 삶을 써와서 발표하자고 한다.

이 정도면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해올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글쓰기 수업할 때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표도 했던 분이 정작 자신의 삶을 정리해오라는 숙제를 완성하지 못한다. 안다, 그 이유를.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삶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서다. 남이 알까봐 두려운 과거를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 저항이다.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의 삶을 키워드 세 가지로 압축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내 삶을 소설로 쓰면 열 권의 대하소설이 나온다고. 이 말이 중요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열 권짜리로 읽고 싶지 않다. 그리고 한 권도 쓸 깜냥도 안 되면서 열 권은 어찌 쓴다는 말인가. 드러내고 싶지 않고, 정리되지도 않는 것, 그 사이에서 자서전 쓰기의 어려움이 비롯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키워드 세 가지로 압축한 글을 읽다보면 놀라운 경험을 한다. 수업 시간에 글을 잘 못 쓰던 분이 결국에는 써낸다. 그럴 수밖에. 내 생각이나 삶을 쓰면 어려울 게 무에 있는가.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은 나의 관심영역과 다른 부분에서 주제를 정해 써야할 일이 많아 어려웠을 뿐. 이럴 때야말로 가르친 이나 배운 이나 두루 행복한 순간이다. 그리고 써온 글을 읽다 중단하는 일도 왕왕 벌어진다. 자신의 삶을 정리한 글을 읽다 격한 감정을 느낄 때다. 사실, 이런 순간은 숙연해진다. 그 사람에게 그런 이력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이렇게 솔직하게 써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아픔이나 상처를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는 이런 경우 아무런 도움말을 주지 않는다. 그거로 됐다고 보니까.

이런 강의가 끝나고 추천하는 책이 바로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이다. 이제 스스로 자신의 삶을 회고하고 정리한 글을 길게 써보는데, 이 책이 가장 좋은 길잡이라는 뜻이다. 왜 그런가하면, 책의 부제대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삶을 기록하는 방법’을 적절하게 제시해주어서다. 많은 사람이 책의 서두를 쓰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 책은 본디 입학 자격이 50세 이상인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대학의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를 정리했다.

수강생이 글쓰기에서는 아마추어인지라 대부분 사람이 겪는 고충이 잘 나와 있다. 아무튼 다치바나는 자서전 쓰기의 첫 어려움, 그러니까 서두 쓰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출신에 대해 간결하게 써보라고 한다. 기실 나는 이런 자서전 쓰기에 반감이 있는 편인데, 어느 정도 글쓰기가 훈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다치바나 방식이 낫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으로는 최초의 강한 기억을 주제로 글을 써보라 한다. 그러면서 에피소드 기억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언어화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일련의 일들에 대한 기억’이라 풀이한다.

이 점에는 나도 크게 동의한다. 다치바나 말대로 자서전 쓰기란 여러 가지 에피소드의 연속일 뿐이다. 이 점을 파악하면 자서전 쓰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강한 기억의 흔적이 남은 에피소드를 어떻게 떠올릴까? 그 비법으로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를 제시하고 있으니, 읽어보라 할밖에.

그렇다면 왜 자서전 쓰기인가라는 의문이 들 터다. 자서전 쓰기가 결국에는 ‘자신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일’인 데다 ‘자신의 존재 확인을 위해’서다. 이제, 주저할 이유가 없다. 어서, 자서전을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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