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예술경영 ‘눈길’
문화예술기부클럽 ‘메디치소사이어티’
여러 방식의 예술인ㆍ기업 상생 연결

지난 10월 24일 열린 2018 예술경영 우수사례 컨퍼런스에서 서광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가 예술인-기업 파트너십 구축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잔치마당)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 소재)이 독특한 예술경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2018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 컨퍼런스에선 본선에 오른 전문예술법인ㆍ단체 10개 가운데 2위인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표창을 수상했다. 상금 500만원과 ‘우수 전문예술법인ㆍ단체 인증서’가 따라 붙었다.

사물놀이로 인천지역과 함께한 세월이 26년, 고용노동부 인증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인천 1호, 우수 사회적기업 성공모델 선정, 해외 30개국 50여개 도시 초청공연 등, 잔치마당의 이력은 화려하다.

하지만 서광일 대표에게 잔치마당 운영은 늘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5년과 16년 두 해는 매우 힘겨웠다. 대개 예술단체들의 공공기금 보조사업 의존도가 높은데, 두 해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보조사업 공모에 하나도 선정되지 않았다.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서 대표는 “지원받는 공공기금이 전체 사업비의 70% 정도 됐다. 2014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사업 4~5개에 총1억 65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게 두 해 동안 끊겼다”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서 대표는 ‘이러다간 한 번에 훅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안 마련이 필요했다. 그가 찾은 건 25년간 쌓아온 예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도와 달라며 손을 벌려서는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후원 기업에 '문화예술후원기업' 인증 현판을 달아준다.(사진제공 잔치마당)

하지만 생판 모르는 기업인들과 관계 맺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업인들이 모여 있는 인천상공회의소(이하 인천상의) 문을 두드렸다. 2015년에 인천상의 ‘CEO 아카데미’를 42기로 수료하고 회원이 됐다. 기업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골프도 배웠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업인들과 문화 예술적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기업 임직원 체육대회를 풍물대동놀이로, 워크숍 뒤풀이를 전통놀이 체험으로, 송년회를 송년음악회로 하자고 제안했고, 제안을 받아들인 곳의 행사를 잔치마당에서 맡았다.

그렇게 3년을 지냈을 때, 한 기업인이 ‘잔치마당도 기부를 받느냐, 기부금영수증을 끊어주느냐’고 물었다. 그 기업은 매해 일정액을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었다. 잔치마당이 지정 기부단체로 등록돼있었지만, 서 대표는 그렇게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서로 도움이 되는 파트너가 되자고 제안했다. 기부금영수증은 물론 회사 행사에 공연을 제공하고, 문화예술후원기업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폐국악기를 활용해 만든 시계 등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물품도 기증하겠다고 했다. 잔치마당 공연 인쇄홍보물에 기업 협찬을 표시하면 기업 이미지 홍보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도 했다. 다만 최소 3년 약정을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인 기업인의 알음알음 소개로 지난해 8곳과 약정을 맺었다. 그리고 이들을 문화예술기부클럽 ‘메디치소사이어티’로 묶어냈다. 지난해 3월엔 기업인 20명으로 이카풍물패를 꾸렸다. 1년 넘게 꾸준히 연습해 올해 부평풍물대축에 초청공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인천상공회의소 CEO 아카데미 출신 기업인들로 구성된 이카풍물패가 부평풍물대축제에서 초청공연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시진제공 잔치마당)

서 대표는 “기업 30개와 매칭하면 공공기금 보조사업 의존도를 50%로 낮출 수 있다”고 한 뒤 “50개 정도로 확대해 인천의 메세나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예술단체의 경영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직원들이 공공기금 보조사업에 목을 매거나 강습과 교육 등 부업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창작을 고민할 여력은 없어진다.

서 대표는 “우리 직원이 7명인데, 공연 이외에 강습을 나간다. 기업과 파트너십 구축으로 경영이 안정되면 강습 다섯 번 할 것을 세 번만 하고 창작에 힘쓸 수 있다”고 말했다. 잔치마당은 올해 어린이 국악극 ‘금다래꿍’를 창작해 무대에 올렸다. 반응이 좋았다.

서 대표는 “메세나를 활성화하려면 기업인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달엔 인천상의와 함께 문화경영아카데미를 진행했는데 수강을 신청한 25명 중 80%가 수료했다”고 한 뒤 “강의 여섯 개 중엔 전통예술을 많이 후원하고 있는 해태크라운제과의 사례 발표도 있었다. 그곳 이사가 나와 ‘처음엔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5~6년 후 투자 가능성을 확인했다. 회사에 이익이 더 많이 돌아오는 걸 확인했다’고 들려줬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문화예술기부클럽 ‘메디치소사이어티’를 통해 예술인과 시업의 만남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1사 1예술인 결연’도 추진했는데, 그 성과로 오는 21일 ‘5인 열전&예술인-기업인 매칭데이’ 행사를 연다. 선정된 청년예술인 5명이 이날 선보일 공연 장르는 국악, 전통무용, 대중음악 등 다양하다. 

서 대표는 끝으로 “예술단체들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 예술단체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나가는 데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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