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 부모 “행위에 맞게 공정하게 처분해야”
인천시교육청, “내년부터 개선안 마련해 운영”

인천의 한 중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학교 학생들의 ‘댓글 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학교마다 가해학생 처분이 제각각이라 피해학생 부모가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오후 SNS 댓글 폭력으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A중학교 3학년 B양의 부모는 8일 <인천투데이>과 만나 이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에 가해학생들의 강력한 처벌 등을 요구하는 글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댓글을 단 학생들이 12개 중ㆍ고교에 나뉘어 있어 열두 번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는데, 10개교에선 단순한 댓글을 단 학생도 중하게 처분한 반면,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가해학생과 모욕적인 댓글을 단 학생이 여러 명 있는 2개교는 매우 약하게 처분했기 때문이다.

B양 부모에 따르면, B양은 지난해부터 사귀다 올해 고교에 진학한 남자친구 C군이 과도한 교우 단속과 데이트 폭력 행위를 저질러 헤어졌다. 그러자 C군은 ‘B양이 친하게 지내는 학원 교사와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는 헛소문을 퍼트렸다.

B양은 같은 학교 친구 D양과 함께 C군을 험담하는 채팅을 주고받았는데, D양이 C군에게 B양의 험담만 보이게 편집해 전달했다. 이를 본 C군은 B양에게 “걔 요즘 학교 잘 다니냐” “얼굴 못 들고 다니게 해준다고 전해라” 등 협박성 문자를 계속 보냈고, SNS에 B양의 험담이 담긴 내용의 글을 누구나 볼 수 있게 올렸다.

그 글이 올라온 뒤 B양과 관련한 성적 모욕과 협박, 신상정보를 유출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이를 본 B양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인사한 후 어머니가 씻는 동안 자신의 방 창문에서 투신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부모는 C군과 D양의 학교에 학폭위 개최를 요구했고, C군은 강제 전학, D양은 정학 처분을 받았다. 부모는 C군이 올린 SNS에 댓글을 단 학생들이 속한 10개교에도 학폭위 개최를 요구했다.

B양의 부모는 D양을 정학 처분한 데 그친 것과 모욕적인 댓글을 달거나 댓글로 B양의 실명을 공개한 학생 4명에게 사회봉사와 무혐의 처분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B양 아버지는 “다른 학교의 경우 ‘뭐야’라는 단순한 댓글을 쓴 학생에게 사회봉사 처분을 하거나 고인한테 진심으로 사과하고 부모에게 반성문을 보내라고 한 학교도 있었다”며 “앞서 2개 학교가 가해학생들에게 제대로 처분했으면 청와대에 글을 올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처분이 약하게 내려진 학교는 학폭위가 열릴 때 추가 근거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거부당했고, 가해학생을 옹호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였다”며 “학폭위 위원 중에는 SNS가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이 학교들의 학폭위의 공정성에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B양 어머니는 “아이의 친한 친구들이 충격을 많이 받았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아이의 핸드폰으로 ‘보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는 친구들도 있다”며 “우리 아이는 지금 없지만, 앞으로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힘없는 아이가 피해를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양의 부모는 A중과 심한 댓글을 단 학생 4명의 학교에 학폭위의 재심을 요구한 상태다. 또한 C군과 D양을 모욕과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경찰이 조사 중이다. 또 SNS에 심한 댓글을 단 학생 4명도 추가로 고소했으며, 시교육청에 학폭위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민원을 넣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폭위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SNS 등 사이버상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여러 학교에 걸쳐있는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지역교육지원청에서 학폭위를 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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