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남북관계 경색으로 생길 변화에 걱정
안상수 시장, “개성공단 미래는 인천 미래, 때 되면 나름 역할 할 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남북관계의 주요변수인 북미관계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시 정부 시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는 북한의 인공위성 미사일 발사 임박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실시 등으로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힐러리 국무장관의 방한에 이어 보스워스 대북특사가 이달 7일 방한하기로 돼있는데다, 북한군과 유엔군사령부가 3월 2일 판문점에서 15차 장성급 회담을 갖고 양측 간 긴장완화를 위한 방안을 계속 논의하자는 데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변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6자회담을 비롯한 북미회담과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한반도에 드리운 긴장고조와 정세의 불확실성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가장 민감한 경제주체인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2일 안상수 인천시장과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인천기업(이하 인천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의 간담회는 이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안 시장, “강화군 북단과 개풍군 남단 잇겠다”

이날 안 시장은 개성공단입주기업 대표자들에게 “개성공단은 지금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라고 묻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안 시장은 웃음 섞인 말로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과 인천의 남북교류문제를 협의할 때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내에서 저는 친북인사로 분류된다고 말했다”며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곳으로, 시기(경색관계 해소국면)가 오면 나름의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지난 2004년 6ㆍ15공동선언을 기념해 지자체에서는 최초로 ‘우리민족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안 시장은 이후 평양을 두 번, 개성을 세 번 정도 방문했으며, 지난해에는 대북지원 사업 일환으로 평양에 치과병원을 건립하는 데 시 예산을 지원하는 등 대북교류 사업에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안 시장은 지난 2007년 12월 북한의 김양건 대남 통일전선부장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09인천세계도시축전과 관련해 북측에 몇 가지 사항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대북교류사업의 중요성을 보고해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안 시장은 “물류환경, 개성공단 그리고 수도권이라는 배후지를 지닌 인천은 골든트라이앵글”이라며 “강화군 북단 철산리와 개풍군 남단 고도리는 1.8㎞밖에 안 된다. 여길 이으면 강화군 남단에서 바로 영종도와 이을 수 있고, 영종도와 수도권을 잇는 인천대교가 있어 최적의 물류환경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천이 축구를 통해 스포츠교류를 해왔는데,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미 북측에 도시축전에 참여해달라고 요청도 했다. 남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구려 유물과 북측 교예단의 공연, 도시축전이 여름에 열리기 때문에 평양 옥류관 냉면을 인천에서 맛볼 수 있게끔 요청했는데 현재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사실 북한도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전쟁)이 발발하면 폐허가 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소규모 국지전이 발생한다 해도 금방 수습될 것이고 개성공단은 폐지 안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의 미래는 곧 인천의 미래인 만큼 역할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기업인들을 안심시켰다.

화약고 ‘서해 NLL’, 개성공단 정말 문제없나?

인천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유동옥(주식회사 대화연료펌프 대표이사) 회장은 안 시장의 ‘개성공단은 괜찮습니까?’라는 물음에 “회사 운영하는 데 큰 차질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개성공단에 생길 변화에 입주기업과 입주예정기업 모두 걱정을 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입주예정기업 가운데 하나인 명인패션(대표이사 정종철)은 개성공단 1단지 안에 부지를 분양받아 지난해 공장 건축공사에 들어갔으나,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정 사장은 “공사가 이미 끝났어야 했는데 남북관계가 이상기류를 타면서 늦춰졌다. 겨울도 끝나가니 공사를 재개하긴 하는데 불안함은 여전하다”며 “이제는 전과 달리 개성공단에 들어가기 위해 최소 보름 전에 신고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영식 사장 역시 “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 달 전에 1000평 정도를 분양받았는데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지 몰라 정세변화만 살피면서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은 별일 없을 것’이라는 안 시장의 예측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시사주간지 <시사인>을 통해 “3, 4월 북한은 남한의 선제공격을 유도해 국제적인 명분을 쥔 뒤 5월께 서해에서 전면전을 치르려한다”며 “6월에는 개성공단이 폐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또 “지난해 10월 평양에 갔을 때 미사일 얘기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타깃이 남쪽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남쪽에 대해 불만이 크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과장된 얘기였다”며 “장거리 미사일의 등장은 그동안 북한과 미국 사이에 물밑 접촉이 많았던 것 같다. 북한에서는 미국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미국이 미적거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끌려가다가는 과거의 부시 정부 때와 비슷해지는 게 아닌가라고 판단해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의 대북교류사업의 창구역할을 한 우리겨레하나되기인천운동본부의 라진규 사무처장은 “한반도 정세의 핵심 축은 북미관계다. 인공위성 발사 실험은 오바마 정부가 이전 부시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사항들을 빠르게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스스로 정상적인 인공위성 발사실험이라 주장하고 있고, 1998년 광명성1호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에서 주목하는 만큼 발사 이후 과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이를 놓고 유엔 제재니 격추니 하는 극한 대립을 조장하는 것은 역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장이기에 절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차원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실험 등에 편승해 극단적 남북대결 조장에 앞장설 것이 아니라, 우려와 걱정만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 처장은 “특히 이명박 정부는 현재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의 중심이, 지난 정권에서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ㆍ4공동선언이라는 정부 간 약속을 부정하는 것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이명섭(주식회사 진성하이테크 대표이사) 사무총장은 “남북 간 대결국면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경제는 주식시장을 비롯해 곳곳에 외국자본이 상당히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 한반도에 전쟁위협이 지속되면 이들 투자자본이 빠져나가게 될 것인데, 그런 일은 이명박 정부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봄 3~4월은 개성공단이 남북이 약속했던 것처럼 민족공동번영의 기지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폐쇄되느냐의 중요한 길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의 운명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변화에 달려있는 셈이라, 향후 북미 협상과 남북 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거나 입주예정인 인천 소재 30개 기업이 모여 2008년 4월 창립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지역별 모임을 구성한 것은 인천이 최초다. 현재 10개 기업이 가동 중에 있고, 7개 기업이 공장 건축 중에 있으며, 15개 기업이 공장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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