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상인이 직접 계약하면 둘 다 이득
전차상인이 지불한 권리금 구제는 과제

인천지역 지하도상가 일부 모습.<인천투데이 자료사진>

‘공유재산관리법 위반 조례’ 개정에 상인들 반발

행정안전부가 불법이라며 시정을 요구한 지하도상가 내 불법 전대차(轉貸借)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천시가 조례 개정에 착수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조례 개정이 무산될 경우 위법 행정이 지속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행안부는 지하도상가 점포 임차권 양도와 전대를 허용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ㆍ운영 조례’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이하 공유재산관리법)’ 위반이라며 시에 조례 개정을 요구했다.

행안부가 지적한 지하도상가 내 불법 행위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상가 관리ㆍ운영 재위탁이고, 다른 하나는 점포 전대다. 공유재산관리법엔 공유재산을 재 위탁할 수 없게 돼있다.

하지만 시로부터 지하도상가 관리ㆍ운영을 위탁받은 인천시설공단은 각 지하도상가 주식회사에 재 위탁했다. 이는 불법이다. 시가 직접 지하도상가 주식회사에 위탁하든지, 인천시설공단이 관리ㆍ운영해야 한다.

또, 점포 전대도 불법이다. 공유재산관리법은 공유재산을 임차한 이가 수익시설로 전대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인천의 지하도상가는 부평역ㆍ동인천역ㆍ주안역 지하도상가 등 모두 15개(점포 3667개)다. 이중 582개(16%)만이 합법적인 임대차 점포이고, 나머지 약 80%에 해당하는 2947개는 전대차(=임차인이 재 임대) 점포다.

지하도상가 임차상인 대부분은 시 공유재산을 다른 상인에게 다시 임대(=전대)해 부동산 수익을 거두고 있고, 또 일부 전차 상인은 또 다른 상인에게 임대(=전전대)해 수익을 챙기고 있다.

이 전대차 또는 전전대차 계약 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권리금이 오간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권리금 수수는 전대차를 허용하고 있는 현 조례에도 어긋난다. 조례는 임차인이 다른 상인에게 점포를 전대할 경우 권리금 설정을 못하게 했다.

이에 행안부는 시에 조례 개정을 주문했고, 시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가 조례 개정과 대책 마련을 위해 7일 개최하려던 시민협의회 조차 일부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시와 상인이 직접 계약하면 둘 다 이득

현재 점포 전대차 계약 구조를 보면, 시가 1차 임차인으로부터 받는 임대료보다 임차인이 전차 상인(=2차 임차인)한테 받는 전대료, 또 전차 상인이 전전차 상인(=3차 임차인)한테 받는 전전대료가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받는 임대료가 월 30만원 안팎인 것에 비해 임차인이 받는 전대료는 300만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구조를 볼 때,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법을 해소하는 동시에 시는 세외수입 증대 효과가 있고, 상인들은 월세(=전차료)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시가 상인들과 직접 계약하면 임대료 현실화로 일정 금액을 인상할 수 있기에 세외수입 증대를 기대할 수 있고, 기존 전차 상인들 또한 전차료 현실화로 임차 상인에 지불하던 금액보다 낮은 임차료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불법 전대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출혈도 예상된다. 전차 상인이 계약 시 권리금을 냈기 때문이다. 전대가 사라지면 권리금 또한 사라지는 만큼 전차 상인들의 출혈이 뒤따른다.

이에 지난 7대 시의회에서도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놓고 내부 이견으로 심의를 보류했다. 대신 시의회는 제3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시에 실태조사를 주문했다.

그동안 위법한 조례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와 피해 규모, 조례 개정 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시에 요구했지만, 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임차인이 전대할 경우 그 계약서를 신고하게 돼있어, 계약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지만, 시는 조사하지 않았다.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시 또한 위법을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논란이 이는 권리금의 경우 진즉 전수 조사를 해야 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시가 조례 개정으로 직접 계약할 경우 기존 권리금이 가장 큰 문제인데, 실태 파악이 안 돼있다는 것은 시 스스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점포마다 전대차 계약 기간과 조건 등이 다른 상황에서 조례가 개정되면 임차인과 계약 해지 시 전차 상인의 피해가 우려됐기에, 시의회는 일단 실태조사부터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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