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 청년유니온 위원장

선민지 인천 청년유니온 위원장

지난 18일 전국의 택시기사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카카오의 ‘카풀서비스’가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택시기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고, 하루 10시간씩 운전해도 사납금을 채우기 급급한 그들에게 생존권이 달린 문제가 분명하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 이유는 난폭운전이나 무례한 행동 때문이다. 택시기사들도 운전기사 폭행이나 열악한 노동환경 등, 억울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여론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생존권 투쟁은 대중들과 괴리될 가능성이 클 수 있다. 당연히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난폭운전이나 무례한 행동은 일부 기사의 습관일 수도 있지만, 승객 한 명이라도 더 태워야 사납금을 채울 수 있는 현실과 높은 상관관계에도 있다.

그런데 택시기사들이 더 이상 난폭운전을 하지 않는 ‘모범’적 택시기사로 탈바꿈하면 ‘카풀서비스’에 동조하던 대중들이 택시기사들의 목소리에 공감할까? 내 예상은, 아닐 것 같다. 택시기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카풀서비스’를 마다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장기적으로 ‘카풀’과 같은 서비스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고,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는 이 시대에 생존권에 불안을 느끼는 노동자는 택시기사들만이 아니다. 3D프린터 등장으로 제조업은 혁신을 맞이한다고 하고, 은행 또한 ‘카카오뱅크’와 같은 무점포 은행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판사나 회계사도 대체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시대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사람의 모든 일’을 대체하는 시대가 코앞에 온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SNS 발달로 빅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 논리적 회로인 알고리즘이 발달해서는 아니다. 즉, 인공지능이 복잡한 생각을 하는 두뇌를 못 따라가지만, 단순한 사고에선 빅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이 두뇌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예기다. 이세돌과 대국에서 승리한 ‘알파고’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빅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했기에, 그 빅 데이터로 발생하는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이냐는 중요한 논쟁거리다. 결국 기업이 그 ‘빅 데이터’를 활용할 플랫폼을 만들기는 했지만, 빅 데이터는 대중의 활동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카풀’이 성행하면 과연 택시기사들에게만 문제가 될까. 아마 그만큼 유휴차량이 활용되기에 차량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제조업 공장의 해외 이전과 더불어 기술 발전은 제조업 시장에서 노동자 수요를 크게 감소시킬 것이다. 기술이 발전해 필요 없어졌으니 해고해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구조에 발맞춰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시키는 일에만 능숙한 로봇을 만들어내는 공장식 교육은, 진짜 로봇이 등장한 시대에선 쓸모없는 교육이 된다. 노동조합 활동도 그렇다.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역량이 중심이 되는 노조의 아젠다로는 새로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모든 분야에서 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숙의민주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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