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지정해야 평화 실감할 수 있을 것”

연평도 북단 북방한계선 일대 수역.

박남춘, “역사적인 일”… ‘조업시간 연장 어장확대’ 정부에 건의

한반도 최대 화약고인 서해가 평화의 바다로 변하기 시작했다. 남북은 9.19 평양선언 때 채택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 합의서’에 따라 1일 새벽 0시부터 군사분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했다.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부터 북측 초도 이남에 이르는 구역에서, 남측 해병대는 K-9 자주포 포문을 닫았고 북측은 서해 옹진반도와 장재도의 해안포 진지 입구를 닫았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휴전선 부근에서 사격과 비행 훈련도 멈췄다.

군사훈련도 중지된다. 해병대는 내년부턴 상륙함을 이용해 서해 5도의 자주포 등을 육지로 옮겨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다시 반입하는 순환식 훈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바다였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는 1일 새벽 0시를 기해 이처럼 평화의 바다로 변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은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한반도에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완전히 제거했다”며 “서해 5도 주민들은 더 넓은 해역에서 안전하게 꽃게잡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오늘 인천 연평도·백령도 등 섬들의 모든 해안포가 포문을 닫았다. 북한의 해안포 포문 폐쇄도 확인됐다. 서해가 평화의 바다로 되살아났다”고 했다.

11월 1일부터 완충 수역에 적대행위 중단이 발효됨에 따라, 인천시는 백령~인천 간 직항운항과 야간조업 허가를 해수부에 건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천 ~ 백령 간 222Km를 운항하는 여객선(3척)은 북방한계선(NLL) 해역을 우회해 운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료비가 과다 발생하고 있고, 특히 이동시간도 4시간 이상 소요돼 섬사람들은 1일 생활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항을 출발한 배가 북방한계선을 우회하지 않고 백령도까지 직선으로 운항할 경우 30여분 단축될 전망이다.

또한, 서해 5도의 경우 남해와 서해 5도 이남 서해와 달리 ‘서북도서 운항 규정’으로 야간운항은 전면 금지돼 있어 야간에 자유롭게 육지로 나오는 게 불가능하며, 야간조업도 제한돼 있어 어업에 한계가 있다.

인천시는 “서해 5도 어민들의 여건 개선을 위해 현재 낮에만 가능한 조업시간을 일출 전 1시간 전부터 일몰 후 3시간까지 조업할 수 있게 하고, 또 어장을 확장(306㎢) 할 수 있게 해양수산부와 국방부 등에 건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해 5도 ‘반신반의’…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지정이 핵심”

남북이 포문을 닫긴 했지만 서해 5도 주민들은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다. 연평도어촌계장을 지낸 박태원 서해5도 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포격전을 겪은 주민들이라 반신반의하고 있다. 주민들이 평화를 체감하려면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이 지정돼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진짜로 평화가 온다고 체감할 것”이라고 연평도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표는 또 “모법도 없이 대통령 훈령으로 수십년 째 서해 5도 이동권과 조업권을 옥죄고 있는 ‘서북도서 선박운항 관리규정’을 폐지해야 평화를 실감할 수 있다. 현재 서해 5도가 아닌 서해와 남해의 어선과 여객선은 별다른 통제가 없고 해경이 관리하는데 서해 5도는 해군이 관리하고 있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백령도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서해5도 어민연합회 준비위원장)은 “주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서해평화의 핵심은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지정인데 아직 진척이 없다. 이 게 진행돼야 진정화 서해평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그 전에 어업시간을 확대하고 연평도와 대청도 어장을 연결해 한바다 어장을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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