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주민들, 폐기물소각장 증설 강행·지시티 진행 부진에 ‘반발’ … 31일 기자회견장 가득 메워

31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청라 주민들이 소각장 증설 반대와 지시티 조속 진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인천시와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청라광역생활폐기물 소각장 증설 강행과 G-city(지시티)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회장 배석희, 이하 청라총연)가 31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진행한 ‘청라소각장과 국제업무단지 개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선 참가 주민들로부터 “불통 박남춘 인천시장은 사퇴하라” “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르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0여명의 청라주민들이 참가해 브리핑룸을 가득 메웠다. 주민들은 ‘강력 사수 지시티’ ‘즉시 폐쇄 소각장’ ‘청라 무시 이제 그만’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청라총연은 “지난 13일 청라 홈플러스 앞에서 3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청라 소각장 증설 반대를 외쳤는데 시는 미동 하나 없다”며 “20년 전 협의가 이뤄진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750톤 규모의 소각장을 증설하는 게 타당하다는 시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허종식 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엘지(LG)와 구글의 참여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사실 상 불가 입장을 밝힌 뒤 하루 만에 구글이 행사에서 ‘양사가 공동으로 스마트타운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혀 시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어졌다”며 “청라의 심장 국제업무단지 내 지시티 사업에 대한 조속한 입장을 밝혀야한다”고 전했다.

시는 지난 7월 서구·중구·동구·부평구·계양구·강화군 등 인천 6개 군·구의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고 있는 청라소각장 시설의 노후화와 처리 용량 과부화로 보수와 증설 추진 계획을 밝혔다.

청라소각장은 지난 2001년 12월 가동을 시작해 소각로 2기를 통해 하루 500톤의 폐기물을 소각해왔는데, 기기 과부화와 노후화로 하루 420톤 가량의 폐기물만 처리하고 있는데다 내구연한 15년을 지나 보수와 증설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계획을 알게 된 청라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달 중순 시가 송도의 쓰레기 소각장을 이전하고 콜드체인(냉동·냉장화물) 클러스터 시설을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도와 차별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20년 간 비어있는 국제업무단지에 지시티 조성 계획이 알려지면서 기대를 가졌던 청라 주민들은 지난 24일 허 정무부시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엘지와 구글 관계자를 만난 결과, 지시티 사업에 지분 참여나 투자계획이 없고 관련 시설이 지시티에 입주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분노가 더 커졌다.

지시티 사업시행사는 사업부지의 40%에 이르는 11만㎡ 규모의 부지에 8000세대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국제업무단지에 아파트나 다름없는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부정적이다.

배석희 청라총연 회장은 “쓰레기는 발생지 처리가 원칙인데 6개 군·구의 쓰레기까지 계속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안된다”며 “18년 간 청라주민들이 고통을 받아왔기에 증설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폐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청라 주민들은 한국의 월스트리트인 국제업무금융특구로 개발한다는 비전을 믿고 분양을 받아 들어왔는데, 현재 국제업무단지는 허허벌판이다”라며 “엘지와 구글이 스마트타운 조성 의지를 밝혔는데, 시의 부정적인 입장은 이해할 수 없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모든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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