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문화·예술 기관의 공공성
[시론] 문화·예술 기관의 공공성
  • 인천투데이
  • 승인 2018.10.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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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희 극작가
고동희 극작가
고동희 극작가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대체로 야외에서 펼쳐지는 가을축제는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이나 쌀쌀한 바람이 불기 전이어야 편한 탓에, 9월 말부터 이어지는 약 한달 동안에 온갖 축제가 벌어진다. 짧은 가을 햇살을 놓칠세라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축제가 펼쳐진다. 가을꽃이나 단풍, 또는 억새풀처럼 자연을 대상으로 삼거나 가을의 풍성한 먹을거리를 주제로 벌어지는 축제도 많다. 문화와 예술로 감동을 전하려는 축제 또한 가을에 썩 잘 어울린다.

역대 최고의 폭염 속에 더위를 견뎌낸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축제가 지나간 자리에 곧 마주해야 할 추위를 걱정할 시기다. 공공기관들은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의 사업들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때다. 더불어 올해 치룬 사업들에 대한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문화·예술 관련기관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체로 기관의 성과평가, 부서별 실적평가, 개인 역량평가 등의 형태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평가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문화·예술 관련기관들이 공공기관이긴 하지만 예산 대비 효율성이나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오히려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적정한 사업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의 창의성이나 적합성, 혹은 지역성 등을 고민하기보다는 수치로 드러낼 수 있는 성과위주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한다는 것이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실패가 우려되는 사업을 계획하기란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문화·예술기관조차 창의성에 기반을 둔 실험적인 사업 대신 수익성이 높거나 단순히 참가자들이 많은 사업들에 치중하는 게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사업의 필요성보다는 다분히 평가를 염두에 둔 성과위주의 사업들로 구성할 소지가 높다. 지역의 문화·예술기관들이 지역성이나 시민들과의 관계를 키워나가는 수고로움을 외면하고 유명세를 얻은 공연이나 전시의 유통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인천에서는 지난 수년 동안 중국관광객을 대상으로 외부에서 들여온 특정 공연을 인천의 문화상품인 양 내세운 적이 있다.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공연비를 지출한 것에 비하면 공연자들이나 중국관광객이 썰물처럼 지나간 지금 그들의 흔적은 인천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그야말로 겉으로 드러내기 쉬운 유통이었을 뿐이다.

문화·예술 관련기관의 기관장이 그럴싸한 성과의 유혹을 모른 척 외면하기는 어렵다. 실험성이 높은 새로운 사업보다는 완성된 상품을 유통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으로 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같은 예산을 들여 이왕이면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결과를 만들어내 행정이나 의회로부터 공치사를 들을 수 있는 길을 두고 굳이 긴 시간과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지자체의 상황에 맞는 문화·예술기관의 적합한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기관운영에 대한 평가 또한 잘 포장된 사업의 결과보다는 수고로운 과정을 중심에 놓고 봐야 한다. 문화·예술 관련기관에 대한 공공성 지표를 진중하게 고민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