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운영진

11월 3일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 학생의 날로 불리기도 한다. 학생의 날은 11월 3일 광주학생항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학생의 날을 앞두고 청소년들에게 안타까운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학교 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스쿨 미투(School Me Too)’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학교폭력까지, 학생들의 인권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소년 인권을 지키기 위해 20여 년간 활동해온 단체가 있다. 바로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이다. <인천투데이>은 ‘내일’의 운영진을 만나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청소년 인권, 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어
 

‘내일’ 청소년들이 안산에 위치한 4.16기억교실을 방문했다.(사진제공 내일)

김희선 ‘내일’ 사무국장은 본인을 ‘항아리’라고 소개했다. ‘내일’에서는 호칭으로부터 위계질서가 나온다고 생각해 이름이나 직책이 아닌 별칭으로 서로를 부른단다. 또 반말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김 사무국장은 “청소년 인권이 침해되고 있는 사례가 정말 많다. 어떤 교사는 학생들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손가락 사이에 드라이버를 끼우고 주리를 틀 듯 돌리기도 하고, 취업나간 학생이 수습기간을 다 못 채우고 돌아오자 한 시간 동안 원산폭격을 시킨 사례도 있다. 심지어 비친다는 이유로 속옷의 색깔까지 규정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며 충격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이밖에도 아직 야간자율학습(야자)이 강제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이 아프다고 해도 교사들은 ‘아픈 거랑 야자랑 무슨 상관이냐’며 집에 보내지 않고, 생리중인 학생에게는 ‘증거를 가지고 와라’라고 하기도 한다. 심지어 생활기록부에 야자를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재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 사무국장은 “청소년이 아닌 사람들은 흔히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들려주면 (청소년 인권 실태가) 2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답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이 정치에 나설 수 있어야 스스로 인권 보호 가능해

김 사무국장은 청소년 인권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는 이유가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이 힘을 모아 정치에 나설 수 있어야 스스로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 지금은 청소년이 대상화 돼 있다. 이에 ‘내일’에서는 인천시에서 제정 예정인 학교인권조례 중 청소년인권 관련 항목을 청소년이 직접 만들어 보고 이것이 반영될 수 있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청소년인권관련 법안을 만들고 있는 단체가 있어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학생 인권이 높아지면 교권이 낮아진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것은 한쪽이 높아지면 다른 쪽이 낮아지는 게 아니다. 학생에게 인권교육을 하면 자연스레 인권의식이 높아진다. 그러면 학생들은 ‘내가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게 된다. 결국 모든 사람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는 청소년 행사 ‘해를 캐는 아이들’

‘내일’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해를 쫒는 아이들’이라는 행사를 진행한다.(사진제공 내일)

‘내일’에는 ‘청소년운영위원회(이하 청운위)’라는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기획 조직이 있다. 이들은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 또 이들을 도와주며 청소년들과 직접 소통하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청년서포터즈’다. 이들은 대부분 청소년 시기를 ‘내일’에서 보냈다.

‘내일’에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방예은 청운위 위원장과 청년서포터즈는 입을 모아 “해를 캐는 아이들”이라고 답했다.

‘해를 캐는 아이들’은 ‘내일’에서 매년 여름마다 진행하는 행사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이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이 행사에는 분과라는 게 있는데,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분과를 선택해 활동에 참여하게 한다. 올해는 평화, 평등, 디자인, 운동, 악기연주 등이 있었다. 운영진의 의견에 따라 매년 분과가 없어지거나 새로 만들어진다.

친구의 권유로 지난해부터 ‘내일’에서 활동했다는 방 위원장은 올해 행사 운영진으로 참여했다. 방 위원장은 “평소에 하고 싶었던 활동이 분과로 만들어졌고, 이 분과에 직접 참여·운영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파이리’라고 소개한 청년서포터즈는 “청소년 시절 패션분과에 참여했는데, 당시 직접 티셔츠를 리폼하고 양말을 디자인했다. 내가 직접 행사를 계획했던 게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본인을 ‘푸딩’이라고 소개한 ‘내일’ 사무국원은 “회의 시간이 한정적인데 지루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제시된 아이디어가 추진력을 얻어 곧바로 계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청소년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의구심이 있었다. 잘 진행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기획된 행사에선 타 행사보다 더 사람들을 존중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을 직접 찾고 행동에 옮기며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돼
 

‘내일’ 청소년들이 청소년 인권법 제정을 위해 부평역광장에서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사진제공 내일)

‘내일’은 청소년 인권교육과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무엇인지 알고,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 청소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내일’에서 활동하며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자신을 ‘햇콩’이라고 소개한 청년서포터즈는 “학교에서 청소년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정말 많다. 나는 청소년 시기에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그냥 친구들과 뒷담화를 하며 참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그런 상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자몽’이라고 소개한 청년서포터즈는 “보통 청소년들이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있다. 이 때문에 수동적인 태도를 지닌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내일’에서 활동하며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걸 직접 찾고, 행동에 옮기며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은 단순하게 함께 모여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들이 인권을 지키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발전한다.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실제로 사회 이슈가 되고 변화하는 지점이 되는 게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로 남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인권복지센터 ‘내일’이란?

1994년 설립된 ‘청소년생활문화마당’이 1999년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로 바뀌었다. ‘청소년생활문화마당’은 청소년의 문화감수성을 키우고 자치능력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내일’은 청소년 문제를 청소년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며, 청소년들의 주체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요 활동은 ▲세월호 기억식 ▲청소년 진로 자치활동 ▲해를 캐는 아이들 ▲가을 청소년 인권축제 등이 있다. 특히 이슈에 따라 활동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작년부터 청소년 참정권 촉구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부설기관으로 청소년 인문학도서관 두잉(Doing)과 대안학교인 인천청담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두잉에서는 청소년들과 인문학 토론모임을 진행한다.

‘내일’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수는 자치동아리 40여개에 각 35명이, 두잉에는 45명이 참여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행한 ‘청년 서포터즈’에는 5명, ‘내일’ 인권교육 강사진들은 2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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