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유치원에 납품하는 식재료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많아졌다. 원생이 더 늘지도 않았고, 유치원에 행사가 있지도 않다는데, 왜 그럴까’

박용진 국회의원이 전국의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후, 유치원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한 업체의 직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유치원들의 비리행위를 비꼬듯 올린 글이다.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 수가 매우 많은 데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비리도 많다. 이 명단에 포함된 인천의 유치원은 110곳. 전체 252개의 절반에 가깝다. 회계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일부 적정하지 않게 해 지적받은 경우도 있지만, 예산을 다른 목적에 사용하거나 시설을 무단 변경한 경우도 많다. 유치원 설립자의 배우자 소유 토지에 인가받지 않은 체험학습장을 설치하느라 예산을 2억원 넘게 집행하는가 하면, 유치원 업무와 무관한 외제차 리스비를 1억원 가까이 쓰기도 했다. 원장 개인 의료비는 물론, 유치원 업무와 무관한 쇼를 해외로 보러간 사무직원 여행경비를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했다.

교재를 납품받은 것처럼 대금을 결제한 후 차명계좌로 돌려받거나, 교재 대금을 부풀려 결제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은 유치원도 있다. 버스를 빌리면서 정해진 대금보다 많이 결제한 뒤 그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은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비리와 불법이 난무했다.

사립유치원들은 운영비와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국민 세금에서 지원받는다.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을 집행할 때 부풀려 지급한 후 뒤로 돌려받는 행위는 공금횡령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비리행위와 불법행위가 오래 전부터 교육청 감사나 경찰 수사에서 적발돼왔는데, 왜 줄지 않고 근절되지 않을까. 우선 처분이나 처벌 수위가 낮은 데다, 유치원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게 그 원인으로 꼽힌다. 어린이집은 행정 처분을 받으면 실명과 원장 이름까지 공개하게 돼있는데 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부에서 유치원도 실명 공개를 논의한다니, 앞으로는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필요한 건 사립유치원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민감사관제도와 같은 감시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정부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자, 사립유치원들은 집단휴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했고, 정부는 도입을 계속 미뤄왔다.

사립유치원연합회는 일부 유치원의 문제가 확대 해석되고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유치원도 있다. 그런 유치원들도 싸잡혀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게 안타깝다. 그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라도 회계 투명성 강화 시스템 구축과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는 필요하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님이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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