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가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양쪽 눈 1.5인 시력 하나는 자기가 최고라며 자부하던 친구 아니었던가. 너에게 벌써 노안이 찾아왔구나, 탄식이 나오려던 순간 “아, 안경 벗는 거 깜박했다”며 안경다리를 접어 셔츠 주머니에 넣는 다. “너 컴퓨터에서 눈에 안 좋은 광선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알아? 그 광선을 이 안경이 막아준다고” 친구가 쓴 건 도수가 없는 시력보호용 안경이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해 빛을 낸다. 엘이디는 갈륨(Ga)ㆍ인(P)ㆍ비소(As)를 재료로 해 만든 반도체다. 음극과 양극이 만나 합선을 일으켜 빛이 나게 하는 원리다. 전력소비가 적고 수명도 길어 요즘 조명기구엔 엘이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집 천장엔 형광등이 달려 있었다.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조명은 백열등이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것으로 전류를 흘려 필라멘트라 부르는 가느다란 금속선을 뜨겁게 달궈 빛과 열을 내는 방식이다. 에디슨은 탄소로 만든 필라멘트를 사용했는데 너무 쉽게 끊어졌다. 이후 녹는점이 높은 금속 중 텅스텐 필라멘트를 개발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텅스텐 필라멘트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온도가 섭씨 2000도까지 올라간다. 유리전구의 온도도 190도 안팎까지 올라간다. 백열등의 가장 큰 단점은 이렇게 너무 많은 열이 발생해 전력 소모가 크다는 점이다. 전력의 5~10%만이 빛을 내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열로 빠져나간다.

형광등은 전류를 흘려 유리관 안에서 전자와 수은이 부딪히게 해 빛을 만든다. 이때 생기는 빛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이 빛을 다시 형광물질과 반응해 가시광선 빛을 내보낸다. 형광등은 백열등에 비해 세 배 정도 밝고, 열로 손실되는 양이 적으며 전구의 수명이 길다. 또, 형광물질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을 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뿐히 뛰어 넘는 능력자가 등장했으니, 바로 엘이디 조명이다. 엘이디에선 전기에너지가 바로 빛으로 바뀌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면에서 월등하다. 1960년대 붉은색과 녹색 엘이디를 개발했지만 그 이후 30년간 실생활에 요긴하게 이용하진 못했다. 조명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하얀 빛이 나와야한다. 여러 색이 섞일수록 어두운 색이 되는 물감이나 크레파스와 달리 빛은 여러 색이 섞일수록 밝아진다.

하얀 빛을 내기 위해 필요한 빛의 3원색은 빨강ㆍ초록ㆍ파랑이다. 빨강과 초록 엘이디로 노란색까진 만들 수 있었지만, 파란색 엘이디를 개발하지 못했다. 그러다 1992년 일본 연구진이 질화갈륨(GaN)을 이용해 청색광 엘이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진은 이 공로로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바로 이 청색광이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청색광은 붉은 광에 비해 파장의 길이가 짧아 눈이나 피부에 침투하기 쉽다. 엘이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을 오래 들여다보면 눈이 피로해지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수면 부족이 생기거나 생체시계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왔다. 그래서 야간모드로 조명 밝기를 조정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이럴 경우 화면 빛은 노란색을 띄게 되는데 청색광이 사라지고 녹색과 붉은색으로만 색을 만들기 때문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청색광 차단 안경을 샀다. 시력을 잴 필요가 없어 인터넷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벌써 세 달째 사용하고 있다. 가짜 약을 복용해도 기대심리로 인해 실제 치료효과가 나타난다는 ‘플라시보 효과’인지는 몰라도 눈의 피로가 줄어든 것을 느낀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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