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주총 장소 모른다. 당황스럽다”
노조, ‘전면 투쟁’ 예고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19일 사장실을 봉쇄하고 '법인 분리 주주총회' 저지에 나섰지만, 한국지엠은 산업은행 몰래 비공개 장소에서 주총을 열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사장실을 봉쇄하며 한국지엠 법인 분리 주주총회 저지에 나섰지만, 한국지엠은 비공개 장소에서 주총을 열어 법인분리를 의결했다. 산업은행은 참석조차 못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국지엠 사장실 앞에 농성 중인 노조 조합원들에게 “지엠 법인팀에서 연락 왔는데, 법인 분리를 의결했다고 통보했다”며 “지엠의 행동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주총의 비토권을 지니고 있지만 주총에 참조차 하지 못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총 장소를 묻는 기자들에게 “알수 없다”고 했으며, 향후 대책에 대해선 “여기서 답변 하기는 곤란하고. 돌아가서 논의를 해야 한다. 주총 강행에 대한 정확한 팩트를 알 수 없어서. (저희도) 당혹스럽다”라고 말하고 부평공장을 나갔다.

지엠은 한국지엠의 ‘연구개발(R&D)·디자인센터 역량 강화’를 이유로 기업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지엠은 한국지엠에 생산과 정비, 판매만 맡기고 연구개발과 디자인은 새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한국지엠이 두 개 법인으로 분리되면 기존 한국지엠은 단순한 생산하청 기지로 전락해 독자적인 생산이 어려워 노동 유연성은 더욱 심각해지고, 심지어 매각도 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법인분리로 한국지엠이 연구개발 없이 지엠의 오더만 받는 생산기지로 전락하면, 지엠이 물량 배정을 근거로 고용을 쥐락펴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또 신설법인 또한 고용승계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은행 또한 법인 분리에 반대하고, 주총 시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지엠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공개 장소에서 주총을 개최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4일에도 비공개로 이사회를 열어 법인 분리를 의결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장실을 봉쇄하며 주주총회를 막아섰지만, 한국지엠은 비공개 장소에서 주총을 열었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와 산은,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하면서 산은의 비토권이 부활했지만 주총에 참석못해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산은의 비토권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결 거부권이다. 5월 합의 때 산은과 한국지엠은 특별결의사항에 대해 85% 이상 찬성을 규정했다. 즉, 산업은행이 지분 17%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은의 동의가 없으면 특별결의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이동걸 산은 회장이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법인 분리가 당시 합의에 포함되지 않아 특별결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법상 주총에서 과반 찬성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지엠은 주총을 자기들끼리만 개최한 것이다.

물론 노조와 산은은 법인분리가 특별결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이 자기들끼리 주총을 열어 법인분리를 의결한 만큼, 산업은행의 본안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본안 소송의 경우 대법까지 가는 것이라, 그 사이에 얼마든지 지엠은 법인 분리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한국지엠 단일 법인 유지를 위한 쟁의행위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한 만큼, 법인 분리를 저지하기 위한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

한편, 한국지엠이 분리되면 산은이 신설법인에서도 지분 17% 보유하게 되는지, 또 정상화 합의에 따라 산은이 지원키로 한 8100억원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미 글로벌 ‘먹튀(먹고 튀어)’ 자본인 지엠에 정부와 산은이 놀아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응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은 정부와 민주당에 합의문 공개와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김응호 인천시당위원장은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노동자들을 압박해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뒤 민주당과 산은은 ‘한국지엠이 정상화됐고 산은의 비토권도 회복됐다’고 했다. 그런데 이모양이다”라며 “홍영표 원내대표와 민주당은 합의문을 공개하고, 한국지엠 법인 분리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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