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 동원 ‘주가 부풀리기’에 중징계 전망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삼성바이오에피스 주가 부풀리기 “회계기준 중대하게 위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다시 감리한 금융감독원이 ‘회계 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중징계’ 처분을 이르면 이번 주에 삼성 쪽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위법 논란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회사 가치나 지분 변동이 없는데 회계를 변경해 주식 가치를 부풀렸다’며, 이는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母)회사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회사는 삼성물산(2015년엔 제일모직이 지배회사)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부풀리기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깊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기업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합병이 필요했다. 그런데 삼성물산의 몸집이 훨씬 커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게 필요했다.

2015년 5월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소유구조를 보면, 제일모직 46.3%였고, 제일모직에서 이재용 부회장 지분은 23.24%였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가 기준 ‘1대 0.35’ 비율로 합병했는데,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의 지분 23.24%를 포함해 오너일가가 42.9%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 계열사 지분 9.59%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이 52.29%에 이른다.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연결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동원한 방법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상승하면 제일모직 가치가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지분 변동이 없는데도 자회사(지분율 94.6%)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지분법(equity method) 투자 적용 관계사로 전환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공정 가치(=시장 거래 가격)로 평가해 회계 처리했다.

종속기업의 주가는 취득금액인데 공정 가치로 평가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은 4600억원에서 4조 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상 4조 50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실현하며 상장에 유리한 지위를 확보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이재용 부회장도 동반 가치 상승효과를 실현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이것을 다시 감리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정 가치로 평가한 회계가 ‘중대한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에 미국 바이오젠(Biogen Inc.)과 합작한 법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권리가 임박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시장 거래 가격으로 평가했다.

참고로 ‘콜옵션’은 특정 대상물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도자로부터 살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을 말한다.

적자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주가 상승해 코스피 상장

2015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당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전기까지 당사의 종속기업으로 분류했으나, 당기 중 바이오젠(Biogen Inc.)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 권리에 해당돼, 당사는 당기 중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제외했다’라고 돼있다.

이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취득금액은 공정 가치로 인식됐으며, 공정 가치는 현금 흐름 할인 모형에 의해 산정된 주당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됐다”고 했다. 여기서 핵심은 바이오젠의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 권리로 전환됐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주식을 공정 가치로 평가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 권리로 전환됐다고 해석한 것은,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실제로 행사해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 주식을 취득가액이 아닌 시장 거래 가격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 가치는 5조 2726억원으로 평가됐고, 적자기업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가 상승에 따라 2015년 회계기준 1조 9049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어서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영업이익상 적자기업이었지만 거래소가 상장 규정을 고쳤기에 가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부당하다’며 행정소송 제기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과 2013년 감사보고서에 콜옵션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2015년에는 콜옵션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졌고, 2016년이 돼서야 이 콜옵션의 내용을 공개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공시 누락을 ‘고의적 회계기준 위반’으로 판단했다. 증권선물위는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으며, 이어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증권선물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기업 기준 주식 가치를 관계회사 기준 공정 가치로 전환한 분식회계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했다. 대신에 금감원에 재 감리를 요청했고, 금감원은 이번에 위법한 분식회계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 초기인 2012년부터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회사로 적용해야했다고 판단했다.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게 ‘고의적 분식회계’에 해당하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전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종속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했다고 결론한 것이다.

금감원의 재 감리 결과가 증권선물위에서 그대로 통과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공시 누락에 따른 제재와 별도로 추가 과징금 등의 행정조치를 받게 될 전망이며, 검찰 고발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일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은 것을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결정한 게 부당하다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제회계 기준을 준수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입장이라,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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