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인천시청 운동장에서 대규모 원탁토론회가 열렸다. 시가 박남춘 시장 취임 100일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로 보였다. 많은 시민이 잔디운동장에 놓인 원탁들에 둘러 앉아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그림’이 됐다. ‘500인 시민시장에게 듣는다’ 행사 제목도 그럴싸했다. 민선7기 시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 ‘인천특별시대, 시민이 시장입니다’가 연상됐다.

‘시민시장’들은 토론에 앞서 민선7기 시정 슬로건 선정에 참여했는데, 사전 공모에서 후보작으로 오른 3개 가운데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이 최종 선정됐다. 인천을 살고 싶은 도시로 함께 만든다는 게 ‘시민시장’과 맞닿아 있는 듯했다.

이날 토론 주제는 민선7기 시정 목표 실천방안이었다. 시는 사전에 원탁토론회 참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민선7기의 주요 시정 목표 다섯 가지 분야를 제시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묻는 선호도 조사를 했다. 그 분야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도 물었다.

시가 제시한 시정 목표 분야는 소통과 협치, 균형발전, 일자리와 경제, 복지ㆍ성평등ㆍ환경ㆍ안전 등 ‘내 삶이 행복한 도시’, ‘동북아 평화번영의 중심’이었다. 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토론 주제였던 것이다.

선호도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뽑은 건 ‘내 삶이 행복한 도시’였다. ‘평화번영의 중심’이 가장 낮게 나왔고, 나머지는 비슷했다. 시는 이 조사에서 ‘그동안 시정 분야에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무엇이냐’고도 물었는데, ‘내 삶이 행복한 도시’가 가장 부족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역시 그 이유도 물었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단절되고 불투명한 민관 소통체계’를 꼽았다. 앞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정 목표를 뽑을 때, 가장 많이 나온 이유인 ‘관 주도 탈피, 소통 효능감 제고’와 역시 맞닿았다.

인천시민 300만명 중 고작 308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이지만, 꼼꼼하게 분석하면 시정 방향과 목표,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데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나머지 과제는 이날 토론 주제였던 실천방안이다. 시가 토론 결과를 민선7기의 주요 정책 세부실행계획에 반영해 오는 15일 발표한다고 했으니,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주제를 가지고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제대로 토론하기는 어렵다. 사전에 아무런 토론 과정도 없었다. ‘참가자들의 주장이 중구난방이어서 의견을 모으는 사람이 포장하기 바빴다’는 뒷이야기도 나왔다. 이번 원탁토론회가 민선7기 시정부가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시민들을 시정에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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