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15돌 기획 | 통일, 즐거운 상상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며 통일 기대감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한반도 남쪽만을 생각했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통일 이후의 삶을 상상하게 되며, 북한이 ‘어둡고 위험하다’는 한 이미지에서 가슴 설레게 하는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언어의 장벽이 없는 만큼 여행이 수월하고, 그동안 가볼 수 없었던 곳인 만큼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통일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이제 곧 다가올 현실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 20~30대 청년들에게 통일이 되면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재미있는 답변들이 돌아왔다.

청년들은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꼭 복잡하고 어려운 정치나 경제 논리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꿈꾸는 즐거운 상상을 소개한다.

백두산 천지 물로 라면 끓여먹기
 

뉴질랜드 출신 로저 세머드씨가 찍은 백두산 캠핑 모습. (출처·대한민국정부 인터뷰 영상 갈무리)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백두산. 문재인 대통령과 방북단은 평양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0일 백두산에 올랐고, 그 사진을 본 많은 이들이 백두산 여행을 꿈꾼다.

인천에 사는 한 청년은 “백두산에서 캠핑하며 천지의 맑은 물로 라면을 끓여 먹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백두산 하이킹과 야영을 허락했다고 한다. 지난 8월에는 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로저 쉐퍼드씨가 호주·노르웨이에서 온 일행들과 5박 6일간 백두산에서 캠핑했다고 하니, 이 청년의 꿈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난 2016년 <SBS> ‘물은 생명이다’ 탐사팀은 전문기관과 천지의 수질을 정밀 검사한 결과, 수질이 매우 양호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깨끗한 상태로 잘 보존되고 있다고 했다. 깨끗한 천지의 물로 끓인 라면에 백두산 온천지대에서 판다는 삶은 달걀을 곁들여 먹어보면 어떨까?

백두에서 한라까지 ‘평화올레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트래킹은 전 세계 도보여행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그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은 자아를 찾고 용기를 얻기도 한다. 가톨릭 성지 순례길로 유명한 이곳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종교를 떠나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남북이 통일이 되면 이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백두에서 한라까지 ‘평화올레길’을 만들어 도보여행을 하면 어떨까?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지난 9월 청와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에 평화올레길의 내용이 담긴 남북 소통협력 사업을 제안했고, 많은 이들이 평화올레길이 조성되길 바라고 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거리는 약 870km.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데 대략 한 달이 걸린다고 하니, 평화올레길은 넉넉히 두 달은 잡아야할 것 같다.

백두대간을 따라 한반도의 아름다운 산을 만끽하며 통일과 평화를 기리는 평화올레길. 대학생들이 방학에 하는 ‘국토대장정’처럼 평화올레길 대장정도 이뤄지길 바란다.

‘내일로’ 열차타고 유럽까지
 

2015년 외교부와 한국철도공사가 진행한 ‘유라시아 친선 특급’ 기차여행 노선도.(출처·외교부)

한국철도공사에서 판매하는 철도 여행상품인 ‘내일로’ 티켓은 일정기간 자유롭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청년이 찾는 여행 중 하나다.

9.19 평양선언으로 남북이 동해선과 서해선 철도 착공식을 연내에 진행한다고 약속하는 등, 남북 철도 연결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통일이 된다면 북한과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철도 여행상품도 나올 것이다.

지금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러시아까지 비행기나 배로 가서 다시 기차를 타야하는 등, 준비할 게 많기 때문에 쉽게 떠나기는 어렵다.

남북 철도가 연결된다면 학생들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도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다. 비행기보다 저렴한 운임으로 다양한 장소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철도여행. 철도를 타고 유라시아대륙 곳곳까지 여행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성 한옥보존지구에서 한복 입고 ‘셀카’ 찍기
 

개성 한옥보존지구.(출처·통일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은 많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는 한옥 약 300채가 보존돼있는 개성 한옥보존지구가 있다. 이곳 한옥들은 보존상태가 좋을 뿐 아니라, 뒤편에는 오공산, 앞쪽으론 배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전통적 마을 형태를 띠고 있다.

이곳에서 한국전쟁 당시 휴전협정 등이 논의됐던지라, 많은 한옥이 전쟁 피해에서 벗어나 보존될 수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 등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데이트코스의 인기가 좋은 만큼, 개성에서도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싶다는 청년들도 있다. 전주 한옥마을 등과 비교해보며 여행 하는 것도 재미가 될 듯하다.

대동강맥주와 한라산 소주로 만든 ‘통일주’ 마시기
 

2016년 대동강맥주축제.(출처·통일부)

대동강맥주는 남한에서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북한의 대표적 맥주다. 평양에 있는 대동강맥주 공장은 오랜 전통을 가진 유럽의 양조장을 분해해 들여와 재조립해 맥주를 만든다고 한다.

2016년 평양에서 대동강맥주축제를 열기도 했을 만큼, 대동강맥주는 북한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맥주다. 대동강맥주는 한 가지 종류가 아니라 1번부터 7번까지 일곱 가지가 있는데, 이중에는 보리와 홉뿐만 아니라 밀과 쌀을 섞어 만든 맥주도 있다.

맥주 재료 모두 북한산을 사용하는데, 양강도, 자강도, 평안북도 등지에서 생산된 곡물을 이용하고, 대동강 물을 사용한다.

해외에서도 훌륭한 맛으로 평가받는 대동강맥주에 제주도에서 생산하는 한라산 소주를 섞어 만든 ‘통일주’를 마시며 북한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평화가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개마고원에서 락 페스티벌을
 

뉴질랜드 출신 로저 세머드씨가 찍은 개마고원 (출처·대한민국정부 인터뷰 영상 갈무리)

지난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을 한 장 보내주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화제가 되며 개마고원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한 청년은 이곳에서 ’락 페스티벌’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개마고원은 화산에 의해 생성된 용암지대다. 면적 약 1만 4300㎢, 평균 높이 1340m다. 1월 평균 기온은 -18~-20℃이고, 7월 평균 기온은 16~21℃로 겨울에는 사람이 가기 힘들 정도로 춥다.

폭염이 해마다 심해지는 요즘, 시원한 개마고원에서 여름 피서를 즐기는 관광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관광 상품도 개발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중 하나로 락 페스티벌은 어떨까? 굳이 장르가 록일 필요는 없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더해 북한 예술단 공연도 함께 이뤄진다면, 세대를 불문하고 개마고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김일성광장에서 오미자 단물 마시기

김일성광장은 평양에서도 중심에 위치한 중앙 광장이다. 1954년 건설된 이 광장에선 북한창건기념일, 김일성ㆍ김정은 추모행사 등 국가의 주요 행사들이 열린다.

화강석으로 포장된 7만 5000㎡의 광장 주변으로는 조선중앙역사박물관ㆍ조선미술박물관ㆍ평양제1백화점 등이 위치해있어, 평양을 여행하게 된다면 꼭 들리게 될 곳 중 하나다. 유럽 등 북한 여행이 가능한 나라의 여행 상품에서 김일성광장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햇빛 좋은 날, 광장에 앉아 지나다니는 평양시민들을 보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때 북측이 제공했다는 오미자 단물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려명거리에서 버스킹 하기
 

려명거리.(출처·통일부)

려명거리는 김일성ㆍ김정일의 주검을 보관한 금수산 태양궁전과 김일성종합대학 등이 있는 평양 북동쪽 대성구역 일대에 약 27만평 규모로 조성됐다.

7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밀집돼있고, 각종 상가와 교육시설까지 완비한 평양의 신도시다. 평양에서도 가장 화려한 지역인 려명거리. 이곳에서 북한 젊은이들과 함께 버스킹을 해보면 어떨까?

문화가 다르기에 좋아하는 음악도 다르겠지만, 서로 음악을 들려주며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이곳에서 문화예술을 교류하고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킬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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