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남북 민간교류, 자율성과 독립성 법ㆍ제도로 보장해야
[창간특집] 남북 민간교류, 자율성과 독립성 법ㆍ제도로 보장해야
  • 박도훈 인턴기자
  • 승인 2018.10.1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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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15돌 기획 | 남북 민간교류 사업의 방향

2000년 이후 남북 민간교류의 역사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김 대통령의 평양 체류 중 회담을 두 차례 진행한 두 정상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고, 남북 간 교류ㆍ협력을 활성화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정상회담 중계방송으로 북측 지도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처음 접한 남측 국민들은 이전까지 ‘은둔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북측 지도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며 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상회담 이듬해인 2001년부터 교류ㆍ협력이 진행됐는데, 이때는 주로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한 민족공동행사를 정부ㆍ시민단체 차원으로 진행하는 교류만 이뤄졌다.

남측 시민단체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남북 교류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대북 지원을 생각해냈다. 이는 2004년부터 발족한 여러 남북 민간교류 사업체의 주요 사업 내용이 됐다. 당시 정부는 남북 민간교류를 권장하는 정책을 펼쳐 민간 사업체의 남북 교류를 다수 허가했다. 대북 지원이나 남북 간 교류 외에도 관광 개발 등의 목적으로 많은 기업이 북측 개발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같은 해 7월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남북 관계는 경색됐는데,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10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 교류 완전 중단을 선언했다. 이른바 5.24 조치다.

이후 남북 관계는 잰걸음을 계속하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며 새 국면을 맞이했다. 2018년 1월 1일 남북 교류를 재개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까지, 남북 관계 개선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남북 민간교류 단체들은 교류 재개를 준비하며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민간교류 사업
 

북녘어린이영양빵사업본부 관계자들이 2005년 3월 평양시에 있는 대동강어린이빵공장을 방문했다.
북녘어린이영양빵사업본부 관계자들이 2005년 3월 평양시에 있는 대동강어린이빵공장을 방문했다.

인천을 중심으로 과거에 진행된 남북 민간교류 사업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이하 겨레하나)의 ‘북녘 어린이 영양빵 공장 사업’과 ‘평양 겨레하나 치과병원 사업’,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북측선수단ㆍ응원단 참가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북녘 어린이 영양빵 공장 사업은 겨레하나의 첫 번째 사업이다. 현재 겨레하나의 독립 사업본부로 성장했다. 이 사업은 ‘우리 겨레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를 모토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측의 아이들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진행했다. 2005년 3월에 대동강어린이빵공장을 평양시에 설립했고, 같은 해 4월 1일부터 하루에 빵 1만개를 생산했다.

빵공장사업본부는 2005년부터 2010년 3월까지 제빵 재료(=밀가루) 지원을 열아홉 차례 진행했는데, 그 금액은 총17억 8061만 6128원에 달했다. 또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빵공장 기계설비 지원도 병행했는데, 그 금액은 총4억 9666만 3500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5.24조치 이후 제빵 재료 지원이 전면 중지돼, 2011년과 2012년에는 북한 수해 복구 지원 명목으로 밀가루를 두 차례 전달한 것이 전부이다. 그 금액은 2억 4813만 8235원이었다.

빵공장사업본부는 그 이후 더 이상 지원하지 못했다. 그 대신 남측 청소년과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재일동포와 교류, 평화기행, 평화공연, 평화교육 등을 진행했다.

평양 겨레하나 치과병원 건립 사업은 인천겨레하나의 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인도적 지원으로 남북 간 화해ㆍ협력 도모 ▲북측 의료계의 어려운 실정을 반영해 의료장비ㆍ의약품 등 지원 ▲북측 의료 현대화 사업으로 북측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혜택 제공 ▲치과병원 건립 사업을 매개로 남북 구강의료계 지속적 교류다.

지난 2008년 평양에 치과병원을 설립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물자를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2008년 10월 준공식을 마친 후 지원 등 교류가 중단됐다. 이 역시 5.24 조치 때문이다.

인천겨레하나는 인천시와 함께 남북 스포츠 교류도 진행했다. 인천에서 2005년 9월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북측선수단ㆍ응원단 200여명을 초청해 남북 공동응원, 남북 민간 체육대회 등을 진행했다. 대회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100여명이 한반도기를 흔들었고, 북측 응원단과 인천시민들은 이를 보며 환호했다.

이밖에 강화고려역사재단은 일본 학자들이 제공한 개성 사진과 남측 학자들의 개성ㆍ강화 사진을 모아 ‘두 개의 수도이나 하나의 마음’이라는 전시회를 2014년 개최한 바 있다. 이 전시회는 개성과 강화가 고려의 수도였다는 것을 근거로, 두 도시가 하나의 역사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열렸다. 북측과 직접 교류한 것은 아니지만, 민간이 주도한 남북 학술 전시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남북 민간교류 사업의 중요성
 

평양겨레하나치과병원사업본부 관계자들이 2008년 10월 평양 제1인민병원 구강병동 준공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평양겨레하나치과병원사업본부 관계자들이 2008년 10월 평양 제1인민병원 구강병동 준공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장수경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 집행위원장은 “평화통일에 시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평화통일을 논할 때 주로 정치ㆍ군사 합의가 중점이다. 하지만 이는 남북 정세 변화에 민감해 문제가 조금만 생겨도 남북 간 합의한 사항이 백지화될 수 있다. 이를 지탱하는 것이 바로 시민들의 지지다. 시민들의 지지 기반이 형성돼있으면 정치ㆍ군사 합의 이행이 부진해도 평화통일에 필요한 다른 요소들은 진전될 수 있어 평화통일 전반은 계속 확대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집행위원장은 또, “시민들의 지지를 만드는 것은 바로 문화 교류다. 그래서 남북 민간교류 사업이 중요하다. 민간교류 사업은 문화 교류를 시민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간다”고 한 뒤, “남북 간 정세에 영향을 적게 받아 사업 지속성이 강하고,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고, 사업을 시작하기 용의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서 “평화통일은, 혜택을 받으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복지와는 다르다. 당장 어떤 혜택이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북과 교류ㆍ협력을 진행해야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 민간교류 사업의 방향성

그렇다면 앞으로 남북 민간교류를 어떤 방향에서 진행해야 할까? 과거에는 ‘대북 지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 북측의 상황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 보인다.

‘9월 평양선언문’을 보면,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하였다’라는 조항이 있다. 과거처럼 북측 주민들을 ‘지원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봐야하는 게 아니다.

미국이 주축이 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현 시점에서 북과 여러 물자를 주고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북 간 물자ㆍ인적 이동이 제한돼있다. 하지만 가능한 것도 있다. 바로 ‘인도적 지원’이다.

강영식 우리민족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잘사는’ 남측이 지원하고, ‘못사는’ 북측이 이를 수용하는 식의 대북 지원 영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북 지원 사업을 구상해야한다. 물론 그동안 진행했던 ‘인도적 대북 지원’처럼 물자 지원과 인적 교류라는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바로 대북 지원의 방향성이다. 앞으로 대북 지원 활동은 인도적 상황 개선뿐만 아니라, 공동 협력 사업을 매개로 남북의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계획되고 실행돼야한다”라고 분석했다.

우리민족돕기운동은 천주교, 기독교, 불교계 등 6대 종단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만든 민간교류사업 단체로 북측에 콤바인 지원 사업, 벼농사 지원 사업, 제약공장 지원 사업 등을 진행했다.

지금 남북 민간교류 사업에 필요한 건
 

개성 만월대와 고려궁지.(사진제공·강화군)
개성 만월대와 고려궁지.(사진제공·강화군)

장수경 집행위원장은 지금 남북 민간교류 사업에 필요한 것으로 제도 신설과 지방자치단체의 투자를 들었다.

그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남북 교류ㆍ협력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세 변화에 상관없이 지속될 수 있게 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또한 남북 민간교류 사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바로 교류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의 주민이다. 지자체에서 많이 투자해야하고, 이를 위한 조례를 만들어야한다”고 설명했다.

경상남도는 공모를 통해 지난달 남북 교류협력 지원 사업 대상자로 민간단체 13개를 선정,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의 ‘남북 농업 협력 재개를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에 1억원, 통영국제음악재단의 남북 문화 교류를 위한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평양 방문 공연’에 1억원을 지원하는 등, 남북 민간교류 사업 지원에 나선다.

이에 반해 인천시는 ‘정부의 지침이 없으면 함부로 지원을 결정할 수 없다’며 남북 민간교류 사업 지원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강영식 사무총장도 장수경 집행위원장과 비슷한 의견을 표했다. 그는 “현재의 민간 대북 지원과 교류 사업은 외형상 민ㆍ관이 분리돼있지만, 실질적으로 정부의 통제가 작용하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결국 민간 대북 지원 활동이 힘을 얻으려면 남북 정세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어야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대북 지원 활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도로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 지원 활동이 남북이 함께하는 사업방식으로 발전해야한다. 이를 위해 식량과 영양 안보, 사회 개발, 재해와 기후변화 대응역량 강화 등 세 가지 분야의 남북 공동협력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