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성큼 다가온 서해평화수역, 어민들 야간 조업 기대
[창간특집] 성큼 다가온 서해평화수역, 어민들 야간 조업 기대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8.10.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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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15돌 기획 | 서해평화수역

북한의 북방한계선 인정은 서해평화의 획기적인 변화

9.19 평양선언에서 남북이 채택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사실상 종전선언이나 다름없다. 남북은 한반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전쟁 위험을 없애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담은 합의를 도출했다.

군사 분야 합의서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서해평화수역 조성과 시범 공동어로구역 지정 ▲군사 당국자회담 정례 개최 등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담고 있다.

남북은 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의 해역 약 80㎞를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포병ㆍ함포 사격과 해상 기동훈련 등이 중지된다.

아울러 남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을 위한 조치로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문제에도 합의했다. 군사 분야 합의서는 무엇보다 북측이 NLL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남측은 그동안 북측에 ‘남북기본합의서에 기초해 NLL을 해상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고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정전협정에 NLL이 군사분계선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2007년 10.4선언 때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공동어로구역이 부각했지만 기준선 문제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그런데 판문점선언에 이어 군사 분야 합의서에 북측이 NLL을 인정하는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냈다.

군사 분야 합의서 제3조를 보면, 남과 북은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① 쌍방은 2004년 6월 4일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명한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관련 합의를 재확인하고, 전면적으로 복원 이행해 나가기로 했고 ② 쌍방은 서해 해상에서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했으며 ③ 쌍방은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에 출입하는 인원과 선박에 대한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로 했고 ④ 쌍방은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내에서 불법어로 차단과 남북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해 공동순찰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③항과 ④항은 공동어로구역을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순찰하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는 곧 앞으로 중국어선의 출입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어선의 입어를 허용했다. 남측이 단속에 나서면, 중국어선은 남북 대치 상황을 이용해 북으로 도망갔는데, 남북이 공동으로 나서면 이 같은 일은 사라질 전망이다.

NLL 일대 평화수역 지정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 환황해 경제권의 핵심이자, 북한이 구상하는 경제 발전의 전제조건이다. 이곳이 안정되지 않으면 남한도 어렵지만, 북한의 경제 발전도 어렵다.

북한은 지난 2013년 연평도 건너편에 있는 강령군 일대 토지 505㎢를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이곳에서 70만명 고용과 재정수입 1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NLL 일대를 평화의 바다로 조성하지 않으면 대외 출구가 없는 것이다.

중국어선 막아주면 우리 어장에서만 조업해도 충분
 

연평도 북단 북방한계선 일대 수역.
연평도 북단 북방한계선 일대 수역.

그동안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전쟁 위험 속에서 살아온 서해 5도 어민들은 서해평화수역과 시범 공동어로구역 지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어민들은 평화로운 바다에서 야간에도 안전하게 조업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현재 NLL에 한참 못 미치는 한정된 구역에서, 그것도 일출부터 일몰까지만 조업할 수 있다. NLL 남측 수역일지라도 우리 어선은 조업이 금지됐고, 그 틈을 타 중국어선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그래서 남북 공동어로구역 지정과 공동순찰은 중요한 합의다. 중국어선은 주로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NLL을 타고 어장에 진입하는데, 남북이 이 해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하겠다는 것은 중국어선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서해 5도 어민들은 공동어로구역에서 조업하는 것보다 중국어선을 차단하는 걸 더 기대하고 있다. 남북이 중국어선의 진입 입구만 막아주면 굳이 NLL 일대에서 조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서해 5도 어민들의 입장이다. 대신 NLL 아래에 있는 어업통제선 아래의 우리 어장을 확대해 야간에도 조업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2004년 북중 어업협정이 체결된 이후 북한 수역으로 들어오는 중국어선의 수가 증가해 2014년 최대 1904척, 2016년 1268척이 남한 수역을 경유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한 것으로 조사됐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17.)

중국어선은 북한에 입어료를 내고 조업한다. 북한 수역 입어료에 대한 자료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으나, 과거 동해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척당 연간 3만 달러(2014년 기준)에서 4만 달러(2015년 기준) 사이로 추산된다.

2014~2015년 중국어선의 평균 입어료를 고려한 북한의 입어료 수입은 3045만~6664만 달러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수산물 수출액 3억 달러의 약 10~22%를 차지한다.

연평도와 백령도 앞에 해상파시 열어 수산물 교역

서해 5도 어민들은 남북이 공동으로 중국어선을 차단하고, 북측이 그동안 중국어선에 받던 입어료에 해당하는 만큼의 어업소득을 해상파시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공동어로구역으로 중국어선을 차단하고, 평화수역 지정으로 바다를 안정화시키면 북한 어민은 NLL 이북 수역에서 조업하고, 남한 어민은 이남 수역에서 조업하되, 북한이 잡은 수산물을 해상파시로 남한에 유통시키자는 구상이다.

이 경우 북한의 어선이 낡아 남한에 밀리는 만큼, 북한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또, 개성공단에 어구를 만들던 남한 기업이 있으니, 협업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어장 실태를 조사하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남획을 막고 지속가능한 어장을 유지하기 위해 수산자원보호구역을 설정해야한다. 그 뒤 남북이 각자 어로구역을 설정해 조업하고,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수역에 해상파시를 열어 교역하자는 게 서해 5도 어민연합회의 의견이다.

아울러 해상파시는 남측의 백령도 용기포항과 연평도 신항, 북측의 강령경제특구와 농수산물가공단지 등 수산업 인프라와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장산곶과 옹진반도 일대 수역은 황해 냉수대로 해조류 양식의 최적지로 각광 받는 곳이라, 해상파시 외에도 해조류 분야에서 수산업 경협이 기대된다.

어민들이 가장 바라는 건 어장 확대와 야간 조업
 

서해5도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한 서해 5도 어선들.
서해5도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한 서해 5도 어선들.

 서해 5도 바다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서해 5도 어민들이다. 서해 5도 어민연합회는 서해평화수역 조성을 위한 방안으로 3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로 남한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서해 5도 ‘한바다 어장’ 만들기를, 2단계로 남북 수산업 경협으로 해상파시를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군사적 합의까지 포함하는 3단계로 나아가자고 했다.

서해평화수역 지정으로 어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어장 확대와 야간 조업이다. 우선 소청도 남단 B어장과 연평도 어장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구역은 우리 어장임에도 우리 어민들은 못 들어가고, 중국어선이 출몰했던 곳이다.

서해 5도 어민들은 45년 넘게 일출과 일몰 사이에만, 그것도 정해진 구역에서만 조업해야 했다. 그러나 이 해역은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보다도 남쪽에 있는 해역인 만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에 따라 연평도와 소청도를 연결해 ‘한바다 어장’부터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야간에도 조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어민들의 요구다. 서해 5도 어민들을 제외한 우리 어민들은 물때에 맞춰 언제든지 조업하는 데, 서해 5도만 제한돼있다. 이 경우 해군이 쥐고 있는 어업통제권 역시 남북 군사회담에 따라 해경으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
서해 5도 어민연합회는 또, 우도를 중심으로 한 연평도 동방 해역의 경우 예성강과 임진강, 한강에서 나오는 민물과 모래, 플랑크톤으로 해양생태계의 보고를 이루는 곳인 만큼, 이곳을 수산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어로행위를 제한하자고 했다.

또한 이 구역은 남북 해상경계선의 비(非)쟁점 수역인 만큼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활용해 남북 평화에너지클러스터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2단계는 앞서 얘기한 해상파시다.

3단계는 전면적인 남북 평화수역인데, 이는 남북 간 해상경계선을 도출할 수 있는 군사적 합의가 수반돼야한다. 남한과 북한은 연평도와 백령도 구간에서 해상경계선에 차이를 보인다. 남한은 NLL을 경계선으로 주장하지만, 북한은 이 구간에서 더 아래를 주장한다. 남북 간 군사회담으로 경계선이 확정되면, 서해 전역에서 전면적인 조업과 교역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해평화 이니셔티브 쥐게, 인천시 적극 나서야

수산업 경협과 더불어 서해에서 관광 분야 경협도 과제다. 더불어민주당 고남석 연수구청장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인천, 남포, 톈진 등을 연결하는 남북중 환황해 관광 사업을 제안했다. 섬이 귀한 중국에서 한반도 서해 섬들은 천혜의 관광자원이다.

특히, 북한 황해도 장산곶에서 몽금포, 남포에 이르는 구간은 북한에서도 손꼽히는 곳으로 통한다. 그러나 북한에는 크루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 미비하기 때문에, 남북중이 합작으로 남포 외항과 강령 신항 등 북측 항만에 대한 국제 합작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과제다.

그리고 수산업과 관광 분야 경협에서 서해공동경제특구의 중추를 맡고 있는 인천이 이니셔티브를 쥐려면, 황해도와 남포직할시, 개성특급시 등과 자매결연해 지자체 차원의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