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 혈세 투입 협약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정부와 국민 기만”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20일 한국지엠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방문해 법인 분리 중단을 촉구했다.

지엠(GM)이 연구 개발 법인을 신설해 한국지엠을 분리하겠다고 하면서 구조조정 위기가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지엠의 연구개발(R&D) 법인 신설이 우리 정부와 체결한 MOU(양해각서) 위반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7월 올 연말까지 연구개발 투자 일환으로 글로벌 제품 개발을 전담할 법인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SUV를 개발하는 거점으로 육성하고 연구개발인력 100여명 신규 채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이하 노조)는 연구개발 분야를 한국지엠에서 분리할 경우 한국지엠은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연구개발 법인의 경우 노사 단체협상과도 무관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신설 법인의 경우 노사 단체협약 승계 의무가 없어 고용 승계 등 기존 노사 협약 사항을 따를 의무가 없다고 했다.

노조는 “생산 부문은 2023년까지 목표 생산량이 정해져 있어 회사 입장에서도 구조조정 결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연구개발 부문은 현재 업무량이 많지 않아 분할ㆍ신설할 경우 대량의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상화 합의에 따라 8100억원을 지원키로 한 산업은행 또한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가 기본계약 위배된다며 지난 9월 인천지방법원에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지만 한국지엠은 막무가내다.

한국지엠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법인 신설 안건을 통과시켰고, 오는 19일 법인 신설을 주주총회를 개최해 법인 분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법인 분리를 막기 위해 사측에 특별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출했으나 지엠은 이를 거부했다. 노조 임한택 지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만, 한국지엠 사측은 출석을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가 우리 정부와 체결한 양해각서 위반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 인천부평갑)이 10일 공개한 산업통상자원부-GM-한국GM 간 ‘한국지엠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지엠이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 의무를 이행할 경우 산업부와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협의해야 하지만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4월 산업은행-지엠 간 협상 말미에 지엠 측이 정부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에 ‘연구개발 법인 신설’을 제안했다가 합의에선 빠졌는데 지엠이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산업은행은 산업부 등 정부 협의체에 지엠의 ‘연구개발 법인 신설’ 계획을 보고해 논의를 했다. 정부가 노조의 반발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합의안에서 빠졌다. 그러나 지엠은 지난 7월부터 이를 강행하고 있다.

협약 이행 기구 '공동작업반' 구성키로 해놓고 안지켜

정유섭 국회의원

지난 5월 정상화 합의로 지엠은 한국지엠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역량 확대, 자동차부품사 경쟁력 강화를 이행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자동차 부품사를 위한 예산을 지원키로 하고 지난 5월 추경예산 때 자동차 부품기업 지원 및 퇴직인력 교육 예산 376억원을 편성했다.

정부와 지엠은 또 협약사항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모든 상항을 협의해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산업부와 지엠 간 공동작업반은 구성조차 안 됐으며, 연구개발 법인 신설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작업반을 구성하는 각 측 간사를 30일 이내 지정하게 돼 있지만, 산업부가 자동차항공과 과장을 지정한 것 외에 지엠과 한국지엠 측은 양해각서 체결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간사를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섭 의원은 “국민 혈세를 투입해가며 합의한 계약서와 협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지엠이 우리 정부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지엠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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