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침묵은 동의와 같은 시대가 됐다’ 지난 3일 ‘인천퀴어문화축제 혐오범죄 규탄집회’에 대응해 어느 한 교회에서 신도들에게 보낸 문자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와 연대단체들도 침묵하지 않고 혐오에 맞서기 위해 규탄집회를 열었다.

퀴어축제는 성적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해마다 열리는 행사다. 인천에선 올해 처음으로 지난달 8일 동인천광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의 행사장 불법점거와 폭력으로 행사는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을 향한 혐오 발언과 폭력, 행사차량과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행동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경찰은 이러한 폭력을 방관했고, 동구청장은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이러한 폭력과 차별에 침묵할 수 없어 규탄집회를 열었지만, 인천기독교총연합회 등 반대단체들은 또다시 합법 집회를 방해하고 행진을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눕고 차량에 뛰어들기도 했다.

‘사랑하니까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혐오발언을 쏟아내고, 증오의 눈빛으로 ‘반대한다, 집에가’를 외치는 그들, 그들을 지배하는 증오와 적개심은 어디에서 왔을까?

보수 개신교의 동성애 반대 이유는 성경에 동성애는 죄라고 적혀있어서, 개신교의 위기와 내부 갈등을 외부의 적을 만들어 봉합하기 위해서 등, 여러 주장이 있다. 아울러 퀴어축제가 음란하고 선정적이어서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도 혐오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들은 퀴어축제가 열릴 예정이었던 동인천광장을 동성애와 성 중독, 에이즈를 연결해 ‘에이즈는 동성애병’이라는 가짜뉴스를 현수막으로 도배했다. 또, 퀴어축제는 음란하고 선정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주니 막아야한다며 그들이 ‘음란하다’고 한 사진을 여기저기에 붙였다. 가짜뉴스는 빠른 속도로 유포됐고,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최근 한겨레신문은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를 보면, 가짜뉴스 발원지는 ‘에스더 기도운동’(이하 에스더)이었다. 에스더는 2007년에 만든 기독교 우파 운동단체로 ‘북한 구원 통일 한국’을 기치로 초교파 기독교운동을 표방한다고 한다. 이 보도 후 에스더는 한겨레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에스더의 성명서를 반박하는 글과 한겨레를 매도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는 ‘공동체 파괴범’이라며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처벌 방침을 밝혔다.

차별과 혐오에 침묵하는 것은 더 이상 인내와 배려가 아니다. 누군가를 벽장 안에 가두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한다. 달을 보라 하면 달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한 사람을 보라고 했다. 동성애 혐오세력이 누구인지, 왜 반대하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 아울러 성평등 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은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한다. 더 이상 모른다고 하지 말고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지금, 여기 인천에서 혐오에 대항해야한다. 성평등 도시는 혐오와 차별, 폭력에 침묵하지 않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 만들 수 있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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