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익금 ‘조세 피난처’로 유출 우려
포스코건설, “홍콩회사가 매입 조세 피난처와 무관”

송도국제도시 전경.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국세청이 지정한 ‘조세 피난처’에 등록된 자본금 1달러(홍콩 달러, 한화 약 143원) 회사가 사업비 수조원에 달하는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11일 질권 실행으로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게일사와 포스코건설이 지분 약 7:3의 비율로 설립)의 게일사 주식을 홍콩 자본에 매각해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게일사 주식을 실제 매입한 회사와 포스코건설이 발표한 회사는 다른 것으로 드러났으며, 지분 24.6%를 인수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홍콩계 회사는 영국령 앵귈라(주소 Victoria House, P.O. Box 58, The Valley, Anguilla)라는 조세 피난처에 모(母) 회사를 둔 투자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건설은 질권 실행으로 게일사가 보유하던 NSIC의 주식 70.1%를 ACPG(Asia Capital Pioneers Group)와 TA(Troika Advisory)가 각각 45.6%포인트와 24.5%포인트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NSIC의 주식을 인수한 회사는 ‘ACPG K-land’와 ‘Troika Investment NSIC Limited(이하 TI)’로 드러났다.

포스코건설은 TA에 대해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Scottsdale)에서 약 2만㎡ 규모의 커뮤니티 조성사업의 마스터플랜 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TI는 급조된 회사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TI는 지난 7월 23일 설립된 ‘엠파이어 웨이 코퍼레이션 유한회사(Empire Way Corporation Limited)’가 포스코건설의 질권 실행 한 달 전인 8월 6일 이름만 바꾼 회사다.

자본금 1홍콩달러인 회사 TI는 ‘GRL18 SECRETARY LIMITED, 이하 GRL18)’이 지분 100% 소유한 회사인데, GRL18 역시 7월 23일 등록했고 자본금 1홍콩달러로 만들어졌다. 이 회사의 모(母) 기업은 FDI(First Director Incorporation)로 조세 피난처에 등록돼 있다.

홍콩도 조세 피난처로 통하는 곳이지만, 서인도제도 동부에 있는 영국령 섬 앵귈라는 국세청이 지정하고 있는 조세 피난처 14개국 중 하나다.

홍콩조차 금융 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라, 조세 피난처의 경우 자본의 출처를 사실상 파악하기 어렵다. 자본금이 1홍콩달러에 불과한 회사의 신뢰성과 자본 조달 능력을 살피려면 최종 모(母) 회사 실소유주의 자본 능력과 성격 등을 알아야하지만 조세 피난처에 등록돼있어 확인하기 어렵다.

NSIC의 게일사 지분을 인수했다고 알려진 홍콩 회사와 실제 매입회사들의 등기부등본.

NSIC의 주식 45.6%포인트를 인수한 투자사 ACPG K-land 역시 올해 7월 23일 등록됐다. 공교롭게도 TI와 등록일이 같다. 자본금은 1000홍콩달러다.

이 회사의 모(母) 회사는 ‘ACPG Perfect Capital Limited(이하 ACPG Perfect)’로 역시 올해 7월 23일 등록됐으며, 자본금 또한 1000홍콩달러다. 포스코건설이 투자자로 발표한 ACPG가 설립했다.

ACPG는 자본금 1만홍콩달러로 만들어졌으며, 2017년 4월 21일 등록됐다. ACPG K-land, ACPG Perfect, ACPG는 모두 골든라이즈(Golden Rise Enterprise Limited) 소속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TI는 ACPG K-land와 등록일이 같다. 송도 개발 사업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ACPG K-land의 자본력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더욱 큰 문제는 송도 개발 사업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TI이다. 자본금이 1홍콩달러에 불과한 것도 논란이지만, 최종 모(母) 기업이 조세 피난처에 등록돼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기업 홈페이지조차 없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본이 NSIC의 주식 24.5%포인트를 인수해 NSIC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점이다.

포스코건설의 질권 실행 전 NSIC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뭔가 숨기려는 것이다. 게일 회장의 경우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개발회사가 직접 자회사를 설립해 한국에 투자했다. 홍콩도 감독하기 어렵지만 조세 피난처는 더욱 어렵다. 다 숨길 수 있다. 국세청이 조세 피난처로 등록한 회사가 송도 개발이익을 챙겨가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포스코건설, “홍콩회사가 매입 조세 피난처와 무관”

포스코건설은 투자자로 발표한 회사와 실제 투자자가 다른 데 대해 “ACPG k-lnand와 TI는 ACPG와 TA가 송도개발사업을 위해 설립(지분 100%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라고 했다. 모기업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발표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TI 모기업의 조세 피난처 등록과 자본력에 대해서는 “TI는 송도사업을 위해 TA가 GRL18로부터 지난 7월에 매수한 회사로 이젠 GRL18과 무관하다. TI의 자본금은 9월 20 기준 증자 신청을 완료한 상태로 현재 등기를 진행 중이다. 등기 완료 시 자본금은 483만 9190달러(약 55억원)로 증액된다”고 부연했다.

그런 뒤 “현재 NSIC가 개발 중인 송도국제업무단지 사업 진행률은 70%이고, 남은 30% 부분에 대한 개발계획도 가수립 돼 확정된 상태이므로, 새 외국 투자자가 송도 개발사업에 참여해 사업을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변경된 NSIC 대표이사의 등기를 확인하고 NSIC가 신청한 시행사 대표이사 교체를 승인했다. 투자자의 경우 포스코건설이 우리은행을 통해 투자신고액(=인수금액)을 확인한 것을 토대로 투자금액이 들어왔으니 외국인 투자자 지위에는 문제가 없다”며 “외국 투자자의 자본금도 증자를 통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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