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반대단체ㆍ경찰ㆍ동구청장 규탄
방해 있었으나 큰 마찰 없이 마무리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진행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발생한 폭력 등 혐오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3일 진행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8일 개최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발생한 폭력 등 혐오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3일 오후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진행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지난달 8일 개최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에 대한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집회 ‘인권의 하늘을 열자’를 3일 오후 진행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퀴어축제에서 발생한 축제 반대단체들의 혐오 발언과 폭행, 이를 방조한 경찰, 광장 사용을 불허해 반대단체에 폭력행위의 빌미를 제공한 동구청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규탄집회를 한 뒤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까지 행진한 후 마무리했다.

이번에도 지난달 퀴어축제 때처럼 반대단체들의 거센 방해가 있었으나, 경찰의 적절한 대처 등으로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안전한 집회를 보장하기 위해 집회장 주변에 경찰인력 2000여명을 배치했다.

경찰의 적절한 대처

경찰은 제1회 인천퀴어축제에서와 같은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집회 보장을 위해 최대한 신경 쓴 모습을 보였다. 전날 밤부터 규탄집회 장소인 로데오광장에 경찰 200여명을 배치해 반대단체의 점거를 사전에 막았고, 축제 당일에는 경찰인력 2000여명을 배치했다.

이 덕분에 폭력행위 등 충돌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반대단체들이 집회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경찰인력을 배치했으며,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할 때도 방해받지 않게 신속하게 조치했다.

경찰의 이런 대처로 규탄집회는 계획대로 마칠 수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이번에는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퀴어문화축제 혐오범죄 규탄집회 참가자들이 남동구 로데오거리에서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방해세력 줄고, 연대단체 늘어

경찰의 적절한 대처 이외에 이날 집회가 안전하게 끝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방해세력 축소다.

이날 집회를 방해하려고 나선 세력은 경찰 추산 500여명이다. 지난달 퀴어축제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반면, 규탄집회 참가자는 더 늘었다. 지난달 퀴어축제 참가자는 경찰 추산 300명이었는데, 이날 규탄집회 참가자는 400여명으로 100명 이상 늘었다.

이는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여러 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지난달 퀴어축제 때 일어난 폭력 등에 맞서 더욱 강하게 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집회에는 청소년과 청년,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모였다. 또, 장애인단체, 청년학생단체, 노동단체, 여성단체, 정당 등 연대단체도 다양했다.

반대단체 회원들이 행진을 막기 위해 길에 누워있다.
반대단체 회원이 행진 안내차량 밑으로 들어가 행진을 방해하자,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방해세력, 행진차량 밑으로 들어가기까지

세력이 많이 줄었지만 반대단체들의 방해는 이번에도 거셌다. 뉴코아백화점 앞 사거리에 집회 신고를 한 이들은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다가 규탄집회가 열리는 로데오광장 인근으로 이동해 태극기를 흔들며 ‘동성애를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규탄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할 땐 행진코스에 눕거나 심지어 행진 안내차량 밑으로 들어가 행진을 막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방송으로 수차례 경고하며 해산시켰지만, 이들은 규탄집회 참가자들이 미래광장까지 행진하는 동안 계속 방해를 시도했고, 미래광장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는 동안에도 바로 옆에서 소리를 지르며 방해했다.

이날 집회는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공연과 연대발언 등으로 마무리됐다.

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반대단체들의 거센 방해에도 이날 집회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집회에선 여러 연대단체와 개인의 연대 발언, 공연 등이 함께 진행됐다.

집회에 참가한 ‘성소수자 부모 모임’ 관계자는 “우리는 자녀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게 아니라, 혐오세력들 때문에 고통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우리는 성소수자 자녀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한다”라며 “성소수자가 행복할 권리는 당신들(=반대단체)이 행복할 권리와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혜연 비대위 위원은 “퀴어축제 때 혐오세력의 폭력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시 여기에 모일 수 있었다. 그들의 폭력은 우리를 멍들게 했지만 우리의 존재를 지우진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다”고 말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저들(=반대단체)이 자꾸 여기를 떠나라고 하는데, 나는 인천에서 자랐고 인천에 살고 있다”라며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곳이 이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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