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그 세금폭탄, 제가 맞겠습니다”
“언젠가 나도 종부세 내는 날이 있겠지 ㅠㅠ”
“지금까지 이 정도 세금도 안 낸 거야?”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종부세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다시 소환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국회에서도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관련 법안 처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때와는 시대와 국민이 확실히 달라졌고, 그 때 경험이 현 정부에 학습효과로 작용해 정책 선전도 효과적으로 잘 해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부터 이번 9.13 대책까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의 큰 흐름은 확실해 보인다. 바로 투기와 전쟁. 대출 규제를 비롯해 투기지역에 한해 2주택 소유자부터 종부세액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다른 것은 몰라도 부동산을 가지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행위는 근절해내겠다는 의지가 나타난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사라져야한다. 인구밀도가 전 세계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는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일어나는 부동산 투기는 돈 없는 국민들에게 갈 곳이 없게 하고, 실제로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 문제만큼이나 시급히 해결해야하고 귀기울여할 게 있다. 바로 주거 빈곤 문제, 민달팽이들의 목소리다.

주거 빈곤 문제는 특히 청년과 노년층에서 심각하게 발생하는데, 여기선 청년 주거문제에 집중해보자.

‘임차가구의 월 소득 대비 임차료 비율(RIR)’이 30% 이상이면 ‘주거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20대 전체 인구 중 주거 빈곤층은 절반에 가까운 47.1%로 나타났고, 만24세 이하는 61.8%가 주거 빈곤층인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해 서울 대학가의 평균 월세가 49만원이었고, 이번 종부세 개편으로 시가 30억원 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의 세금이 102만원 늘어 564만원을 낸다고 한다. 부자에게 이른바 ‘세금폭탄’이 20대에게는 일상이다.

만24세 이하의 평균 RIR은 38.8%다. 서울 대학가의 평균 월세가 약 5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청년들이 주거비 외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약 75만원이다. 이 돈으로 식비, 각종 공과금, 휴대폰 요금 등을 내면 남는 것은 별로 없다.

사실 이 수치도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지 의문이다. 내 주위 청년들의 현실을 보면, 정부 지원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지 않는 이상 월세를 빼면 월 평균 30만~40만원의 생활비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일상을 영위하기도 어려운 청년들에게 꿈을 펼치라고 제시하는 각종 청년 지원 정책은 이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청년들의 거주지는 늘 안전 사각지대, 으슥한 곳이다. 오죽하면 ‘온수가 잘 나오는 곳, 곰팡이 없는 곳, 가로등이 제대로 있는 곳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민달팽이들의 절규가 지속되겠는가.

전세비용 지원이든, 공공임대주택이나 기숙사 확충이든, 무엇이든 좋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민달팽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선물해줄 수 있게 ‘민달팽이 집 찾아주기’ 프로젝트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