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무시한 인사담당 승진 우대에 불만 팽배
시, 인사팀장 공모제 전환···꼬인 스텝 풀릴까?

인천시 본청 청사 전경.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20일 단행한 ‘4급 이하 65명 승진’을 골자로 한 인사를 두고 공직사회 불만이 상당하다.

시 인트라넷 자유토론장에는 “이게 무슨 국별 안배냐” “말도 안 되는 (인사)위원회 개최 결과” “이번 인사파동 통감합니다” “다시는 인사과 횡포가 없게 해야 한다” “인사위원회 다시 해 주십시오” 등, 이번 인사를 비판하는 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시 공무원들은 100건이 넘는 인사 불만 글에 대해 인트라넷 자유토론장 개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인사를 옹호하는 글도 더러 있지만, 비판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박 시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지난 17일 열린 민선7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하고 싶고, 인사에 대한 공직사회의 평가에 늘 두려움을 안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자신도 현재 인사팀에 끌려 다닌다며 공정한 인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사위원회 개최 결과 연공서열이 앞서지 않은 사람이 먼저 승진하고, 전임 시장 때 기득권을 누렸던 인사라인이 승진하자, 공직사회의 불만이 폭발했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전임 시장의 인사라인이었던 인사팀장과 인사팀 차석의 승진이다. 인사팀 차석의 경우 2009년에 6급으로 승진했고, 이보다 앞선 2007년 6급 승진자가 아직 40%나 남은 상태에서 이번에 사무관(5급)으로 승진했다.

인사팀장의 경우 2010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했는데, 8년 만에 서기관(4급)으로 승진했다. 서기관 승진 대상자 중 보통 2007~2008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한 이들이 이번에 서기관으로 승진했는데, 무려 3년을 앞당겨 승진한 것이다. 누가 봐도 특별대우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시 공무원 A씨는 “인사라인에 있으니 근평(=근무평정) 관리가 잘됐을 것이다. 승진인사 때 실ㆍ국 안배를 하겠다고 했으나 안 됐다. 그렇다고 연공서열도 아니다. 게다가 전임 시장 때 인사라인에 있으며 기득권을 누렸던 이들이 연공서열을 깨고 승진했다. 무력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시 인사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공무원 B씨는 “전임 시장과 전전임 시장 때 인사에는 이 같은 불만은 없었다. 이번에 불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현 시장에게 관심이 많고, 기대가 크다는 것 아니겠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시 안에서는 인사라인의 승진을 고육지책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시장이 바뀌고 인사라인을 교체하긴 해야 하는데 전임 시장 때 일했다고 해서 무조건 내칠 수는 없으니, 승진시켜 내보내는 방법을 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비판은 따른다. 공무원 C씨는 “다른 부서와 팀들은 두말없이 교체했다. 인사라인만 특별하다는 것밖에 더 되겠냐”고 쓴 소리를 했다.

이 같은 불만에 시 정무라인도 적잖이 놀란 눈치다. 시 관계자는 “불만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 부서를 배려한 것은 아니다. 시장님은 나중에 알았다”며 “논란이 된 승진자의 경우 근평 서열이 좋게 나왔다. 표면적으로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근평이 그렇게 나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이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강조한 공정한 인사 시스템 마련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 시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정책을 제안한 사람을 기록하고,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과를 관리하고, 이를 문서로 각 정책과 사업 결과 보고서에 첨부하게 하겠다고 했다. 이는 각 부서에서 구축해야하는 것으로, 누가 보고서를 열어봐도 의견 개진부터 추진 과정, 결과 도출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박 시장은 인사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인사팀장을 공모로 전환해 임명하기로 했다.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 인사의 기초 작업을 담당하는 팀장을 공모로 뽑아 공정한 인사의 기초를 닦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처방만으로 꼬일 대로 꼬인 인사 스텝이 쉽게 풀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