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객원논설위원

신규철 객원논설위원

인하대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대학 운영의 두 축인 총장과 학교법인 이사장이 각각 연구윤리문제와 불법행위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교육부는 인하대의 부정 편입학과 부적정한 회계운영 의혹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지난 1998년에 부정한 방법으로 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학했다는 것이다. 당시 교육부가 이를 인지하고 인하대에 관련자 9명 문책을 통보했으나,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회계운영은 더 엉망이었다. ‘물 컵 갈질’로 공분을 샀던 조현아(미국명 조에밀리리) 전 대한항공 전무가 운영했던 인하대병원 1층 커피숍을 2007년부터 최근까지 시중가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진그룹 계열사와 총수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정석기업 등에 일감 몰아주기로 대학 재정에 손실을 입힌 정황들도 드러났다.

조양호 회장은 학교법인 이사장으로서 대학 발전을 위해 재정을 지원하기는커녕 계열사와 자식들을 동원해 오히려 이익을 갈취해온 것이다. 교육부가 ‘조양호 회장의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검찰에 고발한 것은 조양호 회장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하대와 정석인하학원은 교육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과연 재벌의 추악한 모습의 끝은 어딘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조명우 신임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도 낯부끄럽다. ‘한진그룹 족벌갑질경영 청산과 인하대 정상화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 총장이 지난 2003년과 2004년, 2007년에 발표한 국내 논문과 외국학술지 게재 논문 등 7편이 논문 쪼개기, 이중 게재 의혹이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이 대책위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타인의 논문 표절뿐만 아니라 자기 표절도 엄격하게 관리한다. 본인이 쓴 논문을 본인이 종합해 다른 논문으로 쓸 경우에도 그림과 표는 달라야한다. 특히 이공계 논문에서 중요한 실험 데이터가 인용 표시 없이 사용되는 것은 표절이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다수의 그림과 표가 일치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 표절이다.

대책위는 “논문 전반에 걸쳐 중요 데이터를 그대로 베껴왔다는 것은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에 해당한다”며 인하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설치ㆍ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조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을 정식 제보했다.

그런데 꼼수 움직임이 포착된다. 인하대의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규정 12조를 보면, 예비조사에서 논문 발표일이 제보 접수일로부터 5년을 경과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논문 표절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연구윤리 확보 지침을 개정해 ‘5년 경과 여부’ 규정을 없애고, 논문 발표 시기에 구애받지 말고 연구 부정행위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각 대학에 권고했다. 그러나 인하대는 아직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규정은 신고 접수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착수하게 돼있다.

또한, 위원회 조사에서 부정행위가 최종 확인된 경우, 징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권한이 총장에게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 지침에는 ‘공정하고 합리적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교육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기관의 장에게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돼있다.

인하대가 과연 총장을 심판대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지역사회는 물론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원회가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사를 한다면 커다란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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