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유니온 위원장

선민지 인천유니온 위원장.

‘11시~14시 월ㆍ화ㆍ수ㆍ목 알바 모집, 식사 제공’ ‘11시~14시 월~금 중 상의해 근무’ ‘주말(토ㆍ일) 08시~15시 알바 모집’ 요즘 구인공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홀 서빙이나 캐셔, 주방 보조 등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공고에 특히 더 많다.

다음은 대학교 기숙사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의 이번 학기 알바 스케줄이다. ‘일주일 5일 근무, 월ㆍ화ㆍ수ㆍ목 3시간 근무, 금요일 2시간 30분 근무, 일주일 근무시간 총14시간 30분’

내 친구의 알바 시간표와 최근 알바 모집 공고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인 ‘일주일 노동시간 15시간’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업주의 꼼수를 금방 알 수 있다. ‘일주일에 하루만 더 일했다면’은 양호한 수준이고, 내 친구의 사례처럼 30분만 더 일하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 알바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내 친구가 지금 일하는 곳은 작년까지만 해도 월~금 3시간씩 근무했다. 그 때는 주휴수당을 줬을까? 그때도 안 줬다. 그런데도 근무시간을 줄인 건, 알바를 그만두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생기니 아예 주휴수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근무시간을 줄인 것이리라. 또 하나 작년과 달라진 건, 작년까지만 해도 두 명이서 하던 일을 올해는 한 명에게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사이에 기숙사생이 줄거나 일이 더 쉬워진 것도 아니다. 해야 할 일은 같은데 일할 사람도 근무시간도 더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알바 쪼개기’가 현장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통계치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례가 특수한 사례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청에서는 일주일 노동시간이 17시간 이하인 노동자를 ‘초단시간 노동자’로 분류하는데, 올해 6월 160만명을 넘어섰다. 1년 전에 비해 34만명이 늘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뿐 아니라, 4대 보험 적용도 받지 못한다. 노동 사각지대에 놓이는 노동자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주류 언론에선 최저임금 때문에 경제가 다 망했고, 자영업자도 줄었다고 떠든다. 통계자료를 확인해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확실히 줄었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증가하고 있다.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가 줄어들었다는 뉴스는 모순이 있다. 물론 여러 업종 중 편의점에 대한 통계치를 보면 안타까운 지점이 분명히 있다. 편의점 점포당 매출이 감소했다. 편의점 특성상 알바생을 고용할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최전선에서 체감하는 곳이기에, 편의점 사례는 최저임금 뉴스에서 자주 인용된다. 그런데 왜, 편의점 업계 전체 매출이 증가한 것은 보도하지 않는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는 왜 보도하지 않나. 왜 임대료 문제는 다루지 않나. 어떤 정책을 반대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를 위해 ‘약자’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초단시간 알바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갑자기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휴수당도 안 주는 초단시간 알바에 허덕이며 주말 알바를 알아보는 판국이다. 더 이상 최저임금을 활용하지 말라. 그리고 ‘주휴수당을 포함해 1만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조건 없이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해 진짜 1만원을 만든 뒤에나 주장하라. 주휴수당을 받지도 못한 채 일하고 있는 160만명의 노동자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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