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법원 소송 안 하기로…어이없는 계약 때문
시민단체, “직무유기…‘철피아 적폐’ 청산해야”

인천도시철도 2호선 열차 모습

인천시가 현대로템 컨소시엄과 벌인 중재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도시철도2호선 열차 6량을 받지 못하게 됐다. 타임아웃(관제소와 열차 간 연락 두절)과 정위치 정차 오류 등에 따른 납품 부실도 인정되지 않았다.

시는 2호선 개통 후 800여건에 달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약속한 열차 일주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며 시공사에 공사비 중 477억원 지급을 거부했다.

지급을 거부한 금액 내용은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간접비 감액 121억원 ▲신호분야 성능개선 56억원 ▲모터카(=열차수리장비) 지체상금 8억원 ▲열차 추가 납품 123억원 ▲사후 정산 175억원 등이다.

그러자 현대로템은 지난해 1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상사중재원은 지난달 13일 간접비 감액 분과 사후정산금 미지급은 시의 주장을 인용했으나, 나머지는 현대로템의 손을 들어줬다.

상사중재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열차 추가 납품에서도 현대로템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는 열차를 추가로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

시와 현대로템은 2호선을 당초 84량으로 계획했으나 74량으로 줄여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열차를 줄여도 열차의 일주시간을 단축하면 계획한 여객인구를 수송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74량으로 열차 일주시간을 99분에 맞추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개통하니 74량(2량 1편성)으로는 약속한 일주시간 99분을 5.9분 초과한 104.9분에 운행됐다. 시는 납품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며 차량 구입비 일부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현대로템에 열차 6량 추가 공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여유율을 포함해 일주시간을 산정한 뒤 차량을 납품한 것’이라며 시를 상대로 열차 6량 분에 해당하는 123억원 지급을 요구하는 중재 신청을 했고, 결국 승소했다.

문제는 그다음 절차다. 상사중재원의 결정에 대해 시가 항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사중재원 결정이 불합리할 경우 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중재원은 단심제도로 대법원 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지닌다’며 최종 판결이라고 했다.

시 도시철도건설본부, 민선7기에 허위로 보고

그러나 이는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3심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상사중재원 결정이 부당할 경우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시 도시철도본부는 시에 보고할 때 대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이라고 했을까.

알고 보니, 지난 2009년 2호선 계약 당시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시와 현대로템이 서로 이견이 있을 경우 상사중재원의 중재를 따르기로 했고, 그 결과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계약한 것이다. 이처럼 쌍방이 합의한 경우 항소는 불가능하다.

2호선은 개통 2년 만인 지난 7월 수송 인원 1억명을 돌파했다. 8량 1편성인 인천도시철도 1호선이 1억명을 돌파하는 데 624일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수요가 상당히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시는 이 같은 추세에 대비해 2021년까지 460억원을 들여 열차 12량(6편성)을 증차할 계획인데, 중재소송에서 패소해 사업비 전액을 시비로 충당하게 됐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사업비 다툼은 늘 열려있다. 시와 사업자 양쪽에 부당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중재를 신청하거나 소송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가 계약할 때부터 아예 항소하지 않기로 합의해준 것은 권리를 포기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또, “상사중재원은 상업 분쟁에 대해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중재를 하는 곳이다. 게다가 이번 건은 시 재정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시가 항소를 처음부터 포기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사업자한테 유리한 계약을 해준 ‘철피아(=철도+마피아)’의 적폐다. 게다가 (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허위로 보고했다. 감사를 통해 엄정하게 문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이미 10년 전 계약한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시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그 당시 계약자들의 행위다. 지난해 상사중재원 소송이 시작될 때 알았다.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항소를 안 하기로 계약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변명했다.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가 대한상사중재원의 결정이 대법원 판결과 효력이 같다고 설명한 자료.

건설사 입찰 담합 1300억원은 손해배상 소송 중

2호선 관련 소송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는 2호선 건설공사 입찰 담합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4년 1월 2호선 건설공사에 참여한 건설사 21개의 입찰 담합 행위를 적발했다. 이들은 일부 공구의 건설사를 사전에 정한 뒤 입찰경쟁에 들러리를 세웠다. 당시 공정위는 이 건설사들에 과징금 총1322억 8500만원을 물렸다.

이를 토대로 시는 2014년 4월에 포스코건설 등 21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일부 건설사가 공정위 결정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내면서 시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지연됐다.

그 뒤 대법원이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2016년 9월에 2차 변론을 시작으로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최근 6차 변론을 마쳤다. 시는 인천지법이 비용 산정을 위해 시와 건설사가 추천한 감정평가법인 2개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감정평가 결과는 내년 7~8월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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