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얼아침대화] 북한 출신 남한 기자의 남북관계 전망

문재인 정부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3차 정상회담은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다. 북한 출신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제388회 새얼아침대화에 나와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주 기자는 지난 1998년 북한을 벗어난 뒤 2002년 남한에 정착했다. 2003년 공채로 <동아일보>에 입사해 주로 남북관계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다.

주 기자는 이날 2018년 이전 남북관계의 흐름을 진단하고,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설명한 뒤, 향후 남북관계를 전망했다. 그는 국제무대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선언이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며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봤다.

주성하 기자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 북한을 벗어나 지난 2002년 남한에 정착했다. 2003년 공채로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2008년 김정일 위원장 뇌졸중으로 후계작업 착수”

주 기자는 우선 남북관계를 ‘궁합론’으로 설명했다. 그는 “남북을 남(男)과 여(女)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어쩌면 시아버지다. 이 셋의 궁합이 잘 맞으면 관계가 좋았다. 일본과 중국은 변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남북의 궁합이 좋았던 때는 2000년대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고, 북한은 고난의 행군에서 벗어나려할 때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중동 평화회담에 진척은 없고 ‘르윈스키 스캔들’에 시달릴 때라 출구가 필요했다. 이 셋의 이해관계가 6.15공동선언 발표로 이어졌고, 이후 좋은 시기가 7~8년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과 2008년 남한과 미국 모두 보수정권이 들어섰고, 북한 내부에서도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남북관계는 경색됐다고 했다.

주 기자는 “남북미의 궁합은 2008년 부정적 궁합으로 변했다. 남한의 보수도 미국의 보수도 대화를 원치 않았고, 북한도 원치 않았다. 제일 중요한 사건은 북한 최고 영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8월 갑자기 뇌졸중 쓰러진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7월 금강산 관광 때 남측 관광객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 남측은 북측에 사과를 요구했고, 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과했다. 그런데 남측에선 말로는 안 된다며 사과문서 제출을 요구했다. 북측에서 국방위원장의 사과는 곧 최고 존엄의 사과인데, 서류를 가져오라니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남북관계 유지를 위해 김정일 위원장은 서류를 가져가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2008년 8월 갑자기 쓰러졌고, 한 달 만에 일어났다. 그때부터 북의 태도가 변했다”고 말을 이었다.

주 기자는 “2008년 8월 당시 북한은 후계 영도자 계승이 제일 중요했다. 남한과 교류할 때가 아니라 후계자 계승과 내치가 중요했다. 후계자 없는 상태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급서했으면 북한은 붕괴됐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3년 동안 후계자 계승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이 서거했다. 주 기자는 “김정일 위원장은 김정은의 합법적 최고 지도자 지위를 만들어놓고 떠났다”며 “뒤를 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시급한 것은 권력기반 안정화였다. 그는 대외 업무보단 내치에 집중했다. 그렇게 남북미 각자의 길만 갔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 북한을 벗어나 지난 2002년 남한에 정착했다. 2003년 공채로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김정은, ‘권력 안정 핵 개발’ 성공 후 평화공세로 전환”

주 기자는 김정은 체제 안정화를 위한 상징적 사건으로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과 김정남 암살을 꼽았다.

그는 “장성택은 국제 경제와 재정을 틀어쥐고 있는 강력한 2인자였다. 2인자를 제거해야만 권력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다. 김정남은 김정은보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과 찍은 사진이 많을 정도로 백두혈통에 가깝다. 김정남 역시 같은 연장선에서 제거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 기자는 북한의 권력기반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초부터 평화공세로 전환했는데, 사실 이는 그 전부터 준비된 북한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다만, 남측에서 촛불시위가 일어나 그 시기가 빨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어차피 경제 제재를 받는 김에 핵무기를 완성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남한을 겨냥한 게 아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이다. 그런데 미국과 협상이 안 되다가 핵을 개발하니까 미국과 협상이 되는 거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체제 보장과 북미수교, 경제 회생 이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북은 이 프로세스를 2017년 말까지 잡았을 것으로 보는데, 남측의 촛불시위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궁지에 몰린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출구가 필요해지면서 시기가 빨라졌다. 남북미 모두 변수가 생겨서 앞당겨지니, 북은 총력을 기울였고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대화를 앞당겼다. 2017년 11월 핵 개발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신년사에서 평화공세로 전환을 선포했다. 북한이 이제 필요한 것은 인민을 잘살게 하는 것, 경제 발전을 위한 돈이다”라고 설명했다.

주 기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또한 안정화돼있다고 했다. 그는 “6월 북미회담이 중단 위기에 처하자 급하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 절박함을 호소하며 해결했다.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난 7~8월에 한동안 중단했던 집단체조를 다시 시작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집단체조 공연에 김정은이 참여했고, 공연에 중국을 위한 중국장을 따로 두었다. 이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도 집단체조를 보여줄 것으로 보는데, 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까지를 올해 정치 일정에 계산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 북한을 벗어나 지난 2002년 남한에 정착했다. 2003년 공채로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북한의 핵 폐기 의심하는데, 김정은의 의지 확실해”

주 기자는 북한의 핵 폐기 의지가 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의심을 하는데 김정은의 핵 폐기 의지는 확실하다. 북의 협상태도를 두고 시간 끌기이냐, 진짜 협상이냐를 분석하는데, 진짜 딜(deal) 하러 나왔다. 북한이 시간 끌어서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실제로 얻고자하는 것은 경제 제재 해제, 북미수교, 국제사회 원조다. 현재 종전선언 협상을 막고 있는 게 핵 신고인데, 핵 폐기 단계에서 핵 신고의 비중이 무려 70%다. 그래서 협상이 치열한 것이다. 핵 신고가 핵 폐기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북미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북이 신고를 제대로 할 것인가에 대해선 “핵무기는 없다고 선언하면 없는 것이다. 숨겨놓은 핵무기는 전략적 가치가 없다. 또한 미국에 이미 들어가고 있는 정보가 어마어마하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핵을 숨기는 모험은 가능하지 않다. 설령 숨긴다 해도 나중에 북이 그걸 감당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주 기자는 향후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남북의 의지가 있는 한 잘 풀릴 것이다. 김정은이 트럼프 임기 내 핵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어렵지 않다. 핵 폐기 선언이 중요하고, 검증하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미래에 대해 변화냐 붕괴냐의 견해차가 있는데, 북한이 지금 붕괴하면 감당하지 못한다. 북한에서 난민이 발생하면 남한이 수용하지 못한다. 통제도 안 된다”며 “최적의 방안은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시장경제로 전환을 차근차근 유도하고, 북측 사람의 소득을 1만 불로 올려야한다. 그 뒤 북측에서 원해서 통일하는 방식으로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