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경찰ㆍ동구청 규탄 기자회견
반대 단체에 대한 법적 대응도 선포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10일 인천경찰청 앞에서 인천경찰청과 동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8일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진행 된 첫 번째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언어·물리적 폭력행위가 벌어졌다.

이에 인천퀴어축제 조직위원회와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10일 인천경찰청 앞에서 인천퀴어축제 참가자에 대한 대규모 범죄를 방관한 인천지방경찰청(청장 원경환)과 인천 동구청(구청장 허인환)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반대 단체에 대한 법적 대응도 선포했다.

지난 8일 열린 퀴어축제에서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축제를 진행하기 전날 밤부터 광장에 불법 주차를 하고 집회 장소를 점거했으며, 당일에는 축제 참가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언어폭력과 폭행 등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축제 조직위는 이들의 방해로 준비했던 부스운영 물품이나 무대장비 등을 설치하지 못했고, 조직위가 준비한 물품을 뺏기거나 트럭 3대의 타이어도 모두 펑크가 나는 등의 손해도 입었다.

때문에 퀴어축제는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축소 돼서 진행 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광장에서 반대 단체에 둘러싸인 축제 조직위와 참가자들은 그들의 언어·신체적 폭력을 스스로 감당할 수 밖에 없었다.

동구청의 이상한 행정

축제 조직위는 이날의 폭력 사태가 확산 된 이유 중 하나로 동구청의 행정을 꼽았다.

퀴어축제 조직위는 8월 11일 경찰에 집회 신고를 마친 후 동구청에 해당 장소 사용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동구청은 지난 5일 최종적으로 광장 사용 불승인 통보를 했다.

동구청은 장소 불승인 통보를 보도자료나 관내 전광판 등을 이용해 대외적으로 알렸고, 이로 인해 시민들은 많은 혼동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동구청의 이런 불승인 통보가 관련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동구에는 광장 사용 승인 등에 관한 조례 등 관련 법적 근거가 없다. 동구청 관계자는 “광장 사용 등에 관한 조례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 행사가 축제로 사용 신청이 들어온 만큼, 축제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고 결정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구 축제위원회의 설치 근거인 ‘동구 지역축제 운영에 관한 조례’에는 위원회가 해당 장소를 승인 또는 불승인 할 수 있는 권한은 명시 돼 있지 않다.

동구청의 이런 결정과 관계없이 당일 행사는 경찰에 적법한 신고 절차를 마쳤기 때문에 헌법·집시법 등 관련법에 따라 진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동구청 역시 이를 알고 있었으나 불승인 통보를 한 것이다. 

동구청의 결정으로 시민들 사이에 혼란은 가중됐고, 반대 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축제 해산 등을 거세게 요구하기도 했다.

축제 조직위는 “허인환 동구청장은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의 토호세력과 결탁해 역할과 책임, 의무를 내던져버리고 스스로 극우의 아이콘이 됐다”며, “당일 행사 장소에 나타나 폭력사태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슬그머지 빠져나난 것을 볼 때 행사 방해의 조력자라는 것이 더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경찰의 보호의무 위반

축제 조직위가 밝힌 폭력사태 확산의 또 다른 이유는 경찰의 방관과 미흡한 조치 때문이었다.

축제 조직위는 “시민의 신변을 보호하고 안전한 행사 진행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경찰은 폭력사태 앞에서 무능하고 태만했다. 그로인해 많은 참가자들이 피해를 입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반대 단체들이 밤샘 집회를 시작했던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축제 당일 오전 기동대 2개 중대 200여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200여명의 인력으로는 안전한 집회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경찰은 뒤늦게 5개 중대 500여명을 병력을 더 투입했으나 반대 단체를 막지 못했다.

기자회견 후 인천경찰청에서 조직위 대표단과 인천경찰청 정보과장의 면담이 진행됐다.

인천경찰청 이상훈 정보과장은 “안전한 집회를 보장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전날 철야농성을 했던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축제 당일 아침에 빠르게 정리 하려고 했으나, 아침에 가보니 너무 인원이 많이 있어서 초동조치가 안 됐다. 그 때 정리가 됐으면 이후 행사도 문제가 없었을 탠데 너무 인원이 뒤섞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축제 조직위는 동구청과 인천경찰청이 폭력사태 확산을 방관·방조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축제 조직위는 “본인의 책임을 면피하고자 광장 사용 불허를 방패막이로 사용해 모든 차별과 폭력 사태를 일으킨 허인환 동구청장은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한 뒤, "합법적인 절차로 신고 된 집회에서 일어난 조직적인 폭력사태와 방해 행위를 방관한 원경환 경찰청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단체에 대한 법적 대응도 선포했다.

신우리 퀴어축제 조직위 공동대표는 “당일 참가자들의 피해 사실을 담은 영상이나 사진 등을 제보 받고 있다. 이를 종합해서 반대 단체와 개인에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며, 안전한 집회를 보장하지 못한 경찰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강해진 연대

한편,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축제 연대 단체도 함께 참가해 입장을 밝혔다.

김효진 인천 중ㆍ동구 평화복지연대 사무국장은 "동구 주민으로서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연대하고 참여했는데 참담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번 축제로 누가 법을 무시하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알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년에도 동구에서 이 행사를 하게 된다면 그 사람들과 함께 연대해 더 많이 돕겠다"고 말했다.

서권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이날 우리는 연대하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광장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것은 광기어린 혐오였다”며 “우리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며 생각 없이 그곳에 간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가 동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우리의 의지로 그곳에 간 것이다. 소수가 무시당해선 안 된다. 혐오 세력들의 책임 있는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했다.

대한성공회 김돈회 신부는 “당일 축제를 반대 했던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형제·자매라고 하는데 인정할 수 없다”며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은 계속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랑아래 오늘도, 내일도 여기에서 이 모습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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